적립식 펀드 가입때 알아야 할 ‘클래스’의 비밀
입력 2010-04-20 17:57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40·서울 방화동)씨는 얼마 전 집 근처 D증권사 지점에 들렀다. 늦게 결혼한 탓에 아직 어린 두 아들 이름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 입학할 때를 대비해 교육비라도 마련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창구 직원 설명을 듣던 김씨 부부는 어떤 ‘클래스’ 펀드에 가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황했다. 가입하려던 적립식 펀드에 클래스A, 클래스C 클래스C-e 등 종류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지만 무엇이 이득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결국 김씨 부부는 펀드 가입을 미뤘다. 판매 수수료와 판매 보수의 차이가 무엇인지, 클래스에 따라 무엇이 이득인지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김씨는 “은행에서 정기예금을 들 때에 연 0.5%포인트 이자 차이에도 민감한데 적장 비용에는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알파벳을 주목하라=클래스는 일반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떼는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일회성 비용인 판매 수수료는 펀드를 구입(가입)할 때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상한선인 2% 안에서 판매회사가 조정할 수 있다.
판매 보수·수수료를 비교하고 싶다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통합공시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운용사별로 펀드에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클래스A는 가입할 때 판매 수수료를 떼는 선취형 펀드다. 적립식 펀드라면 매번 불입액에서 일정 비율을 징수한다.
거의 판매되지 않는 클래스B는 펀드를 해지할 때 수수료를 뗀다. 원금에 수익금까지 더한 돈에서 일정 비율을 제하기 때문에 클래스A보다 손해다.
클래스C는 판매 수수료가 없다. 대신 판매 보수가 높은 편이다. 판매 보수는 매년 펀드 판매·운용·관리를 맡은 업체들이 떼가는 돈이다.
펀드 순자산의 일정 비율(신규 펀드는 상한선 1%, 기존 펀드는 다음달부터 1%로 단계적 인하)만큼 징수한다. 판매 보수에 운용·수탁·사무 보수를 더하면 총 보수가 된다. 주식형 펀드의 총 보수가 순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평균 2.06%다. 펀드 가운데 1%에 못미치는 것도 있고, 4%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클래스D는 판매 수수료를 최초 가입할 때와 해지할 때 모두 공제하는 펀드다. 클래스E는 온라인 전용 펀드다. 총 보수가 다른 상품보다 낮지만 온라인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이밖에 클래스F(자산운용사가 직접 파는 펀드), 클래스H(장기주택마련 저축용 펀드), 클래스I(법인 전용 상품), 클래스P(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설정된 펀드), 클래스W(고객이 예탁한 자산을 증권사가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랩 어카운트에 편입된 펀드)가 있다.
◇클래스에 따라 수익률 달라=클래스별로 차이는 있어도 전체 운용은 모(母)펀드가 한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면 수익률에서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판매 수수료나 판매 보수를 매기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클래스별 수익률 격차가 생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클래스A와 클래스C를 놓고 비교하면 2년 이상 장기 투자일 경우 클래스 A가 유리하다. 매년 내는 판매 보수가 클래스C보다 낮기 때문이다. 클래스C는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 1년 이하 단기 투자에 강점이 있다.
2007년 10월 31일 설정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3(주식)’ 펀드를 보자. 선취 판매 수수료 1%, 총 보수 1.99%인 클래스A는 설정일로부터 1년되는 시점의 수익률이 54.44%였다. 반면 판매 수수료가 없는 대신 총 보수가 2.79%인 클래스C는 53.24%로 클래스A보다 낮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 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익률 차이는 더 벌어진다”며 “매년 10%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에 10년 동안 투자한다면 클래스A와 클래스B 수익률 차이가 최대 10%포인트까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클래스A의 경우 환매수수료가 낮거나 거의 없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3(주식) 클래스A’의 경우 환매수수료가 ‘30일미만 이익금의 10%’다. 환매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30일동안 발생한 이익금에서 10%를 수수료로 공제하는 것이다. 반면 클래스C는 환매수수료가 ‘90일미만 이익금의 70%’에 이른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