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감독의 ‘경’… 부재·상실의 애도와 치유과정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0-04-20 17:52
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경(Viewfinder)’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배경으로 디지털에 기반한 감성을 담아낸 영화(사진)다. ‘마더’ ‘해운대’ 등 대작 영화가 즐비했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평론가와 일반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집을 나간 동생 후경을 찾는 언니 경(양은용 분)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동생 후경이 남긴 문자메시지 하나를 근거로 남해안고속도로 남강휴게소를 찾는다. 영화 초반에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나선 언니의 불안이 담긴다. 하지만 이내 동생은 가출한 게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위해 집을 나간 것임을 알린다. 자매는 어머니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한다.
이들 외에 다른 인물들도 모두 휴게소에서 만난다. 디지털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잡지사 기자 김박, 노트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청년 창, 휴대전화로 아바타와 소통하는 휴게소 여직원 은아 등은 서로 관련 없는 인물이었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단서를 가지고 연결된다. 컴퓨터에 능한 창은 만물상 남자의 아내를 찾아내고, 김박의 카메라에는 경의 동생 후경의 사진이 있다. 은아와 후경은 친구 사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무표정하다.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는다. 침묵은 어색하고 긴장감 없는 전개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의 새로운 서사 전개는 주목할 만 하다. 전혀 엮이지 않을 것 같은 관계는 컴퓨터 윈도우 창을 겹겹이 열어놓듯 절묘하게 겹치고 교차된다. 일상과 인물, 시간과 공간, 장르의 모든 영역은 새롭게 확대된다.
영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된다. 경은 주인공의 이름이자, 경치(景), 경계(境), 거울(鏡)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며 새로운 경계와 경관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라며 “영화는 근본적으로 부재한 것. 상실에 대한 애도이며 치유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CGV대학로, CGV압구정, 홍대 상상마당에서 볼 수 있다. 29일 개봉. 15세가.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