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3분의 1이 운영중인 카페, 하지만...
입력 2010-04-20 14:07
“교회 카페, 운영하고는 싶은데….”
성도 간 친교 공간으로, 지역사회와의 접촉점으로, 문화사역 공간으로 교회 카페의 역할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카페를 운영 중이거나 운영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교인만을 위한 공간에 그치는 카페들 또한 적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문화법인은 관련 아카데미 개설을 앞두고 교회들의 카페 운영 실태와 고민 등을 조사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총회문화법인이 최근 예장통합 교회 450곳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126개였다. 그리고 카페 장소만 마련해 둔 교회가 29개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가 카페를 운영중이거나 곧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 지역 200개 중 80개(40%), 나머지 지역 교회 250개 중 46개(18%)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총회문화법인 최은호 목사는 이렇게 교회들이 카페 운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경제 수준 향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서비스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등 고객 중심 편의시설과 같은 안락함을 교회에서도 누리고 싶어하는 교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교회도 자연히 이 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회들은 교회 카페가 교인들의 친교 공간으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카페 운영의 목적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과의 접촉점, 즉 비신자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교회 안으로 유도해 전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다만 지역과의 접촉점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카페 중에서 지역주민과 교인들이 함께 이용한다고 답한 곳은 70개였지만 교인들만 이용한다고 답한 곳도 56개나 됐다.
총회문화법인은 카페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주일에만 문을 여는 카페(46개)가 적지 않고 사업자등록을 한 곳은 17개에 불과했다. 또 유급 직원을 둔 곳이 30여 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봉사자에 의해 꾸려졌다.
이밖에 갤러리와 북카페를 겸한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의 ‘광성북카페’와 연동교회(이성희 목사) ‘다사랑’, 교회 장애인부가 운영하며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수화클럽을 여는 창동염광교회(김정현 목사) 등 특색있는 카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차별성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최 목사는 “교회 카페들이 잘만 운영되면 시설과 공간을 투자한 만큼의 성과는 물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전도와 문화사역, 복지의 장이 된다”면서 교회들에 관심을 당부했다.
총회문화법인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오후 2~4시에 서울 동숭교회에서 ‘교회 카페 운영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호인 이동진 가배두림 대표는 카페의 주요 판매 대상인 커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카페 체인인 커피밀 대표 윤선주 목사가 카페 하루 오픈부터 마감까지와 직원 교육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이밖에도 실내 인테리어와 수익운용 방법 등 구체적인 방법들로 강좌가 구성됐다. 오는 22일까지 전화(070-8244-6003)와 홈페이지(pckculture.org)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