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의원 전교조 명단 전격 공개 파문… “학부모 알권리” vs “전교조 죽이기”
입력 2010-04-19 18:46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9일 전국 6만여명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명단을 전격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조 의원은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다른 노조와 교원단체도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했지만 초점은 전교조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알권리가 보장받게 됐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교사들의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 의원의 홈페이지(educho.com)를 접속해 팝업창을 누르면 별도의 웹사이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교사명 검색창’에 특정 교사의 실명을 입력하면 해당 교사가 소속된 교원단체나 노조를 알 수 있다. ‘학교명 검색창’에 학교 이름을 적으면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노조 또는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노조는 전교조를 포함해 한국교원노동조합 자유교원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4곳이며 교원단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1곳이다.
학부모 단체들은 이 같은 명단 공개에 대해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의 성향 등을 가늠해볼 수 있게 됐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일부 학부모들은 ‘전교조 교사’라고 하면 아이들의 학력 증진에 소홀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전교조에 소속돼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반감을 가진 학부모들이 있는 만큼 ‘담임을 바꿔 달라’는 식의 요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단 공개에 따른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서울 남부지법이 지난 15일 소속 교사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음에도 이를 “법원의 월권”이라고 못 박으며 명단 공개를 강행한 조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흥사단 권혜진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명단 공개를 강행한 것은 전교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교조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명단 공개는 법이 보장한 교사의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남대 김재춘 교육학과 교수 역시 “명단 공개에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렇게 교사의 소속 조합이나 단체가 드러나면 교사들이 앞으로 노조에 가입하려 해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로 회원들의 탈퇴를 우려하는 전교조는 조 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1년에 두 차례 교원단체 소속 인원을 파악해 왔다. 하지만 교사의 성명과 학교별 명단 등은 헌법상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취합한 적도, 공개한 적도 없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