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높이기 위해 제3자 CD 남발… 건설업체들 ‘자금력 뻥튀기’
입력 2010-04-19 18:42
남의 돈을 빌려 발행한 제3자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CD)로 자금력을 뻥튀기한 건설업체 대표들과 이를 알선한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9일 건설사 대표 등에게 제3자 명의의 CD 발행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신모(57)씨 등 브로커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브로커 채모(56)씨와 CD 발행을 의뢰한 회사 대표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48명을 약식 기소했다.
브로커 신씨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4개 업체에 총 556억원 상당의 제3자 CD 발행을 알선하고 수수료 5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채씨는 2007년 6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수수료 12억6000여만원을 받았다. 채씨는 신씨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챙겼지만 혈액 투석을 받는 등 건강이 나빠 구속되지 않았다.
제3자 명의 CD는 실제 자금주와 CD 발행 의뢰인이 다른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를 말한다. 브로커들은 건설업체 등에 무작위로 팩스나 전화를 걸어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원하는 회사를 모집했다. 이들은 이후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은행에서 CD를 발행한 뒤 사본은 의뢰업체에 넘겨주고 원본은 증권사를 통해 되팔아 사채를 갚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체들은 주로 회사 자본금을 부풀려 실제보다 높게 시공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뢰 업체들은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고액의 CD를 발행받아 자본 상태가 견실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일부 업체 대표는 개인이 횡령한 회삿돈을 회계 장부상 메우기 위해 제3자 명의의 CD를 발행받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2005년부터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자금력을 부풀리기 위해 여전히 악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 명의 CD 발행은 의뢰업자와 브로커뿐 아니라 예금 실적을 노린 은행과 수수료를 얻는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의 재무상태를 잘못 판단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