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제자에 “술집서 일하고 싶냐” 성희롱… 인권위 “굴욕감 주는 발언”

입력 2010-04-19 18:30

대학 교수가 수업 도중 여제자에게 “술집에서 일하고 싶냐”고 한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9일 인권위에 따르면 모 지방 대학의 A교수는 지난해 5월 사회복지학 정책론 수업시간에 B학생에게 “나중에 술 따르는 일을 하고 싶냐. 요즘은 그런 일을 하면 술만 따라주는 게 아니라 2차도 나간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 A교수는 이어 “학생들이 방학 때 등록금을 벌기 위해 단란주점 같은 곳에 가서 일한다고 하는데 너도 그러고 싶냐”는 등 막말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급생 9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 말을 듣고 수치심을 느낀 B학생은 학교 측에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학교 측은 교직원들로 구성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A교수의 발언이 징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B학생에게 사과할 것과 다시는 해당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작성하라’는 결정만 내렸다. 이에 B학생의 아버지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A교수는 “B학생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고 있기에 주의를 주기 위해 그랬다”며 “평소에도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던 터라 화가 났었다”고 진술했다. A교수는 “공부를 열심히 해 나중에 성공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교수의 발언이 불량한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성적 굴욕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발언을 한 교수에게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교가 학생 대표를 배제한 채 조사를 진행했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밟은 만큼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별다른 권고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