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2題… ‘보금자리’ 땅값 요동·고삐 풀린 서울 전세가
입력 2010-04-19 21:47
서울 외곽 땅값이 오른다. 투기조짐도 있다. 전셋값도 급등세다. 이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보급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즉, 내집 마련시기를 늦춤에 따라 전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땅값 상승 주도하나=국토해양부는 19일 경기도 하남(미사지구) 지역의 지난달 땅값이 2월보다 0.7% 올라 2월에 이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남지역 땅값은 지난해 5월 보금자리주택지구 시범지구로 선정된 이래 11개월간 무려 7.55%가 오르면서 같은 기간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하남 미사지구 인근의 부동산업소에는 토지보상 대상자들과 외부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거래는 뜸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분위기라는 게 현지 부동산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남시 덕풍동 O부동산 관계자는 “주로 보상을 받는 현지인들이 주변 땅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호가가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외지인의 경우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보니까 절차가 복잡해서인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지 업소에 따르면 그린벨트 내 대지는 3.3㎡당 500만원가량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경기도 시흥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0.5% 오르면서 하남에 이어 전국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시흥지역은 지난해 10월 2차 보금자리주택(시흥 은계지구)으로 지정된 데다 지난달 말 3차 보금자리주택(광명·시흥)에 포함되면서 땅값이 요동치고 있다.
시흥시 미산동 H부동산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이후에 이것저것 문의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면서 “대지로 쓸 수 있는 토지의 경우 호가는 3.3㎡당 20만∼30만원 올랐지만 실제 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경우 지구 지정 이후 13.7∼15.2%까지 오르면서 투기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올 초 국토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서울 서초 우면지역 땅값이 지난해 -2.5%에서 15.1%로 가장 많이 뛰었다. 강남 세곡(15.1%)과 하남 미사(13.7%), 고양 원흥(15.2%)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지구가 2012년까지 매년 2차례씩 4∼6개가량 지정되는 패턴으로 볼 때 개발사업 기대심리 등으로 땅값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 전셋값 급등 확산=서울지역에서는 가파른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격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19일 현재 서울지역 전체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은 38%로 1년 전(35%)보다 3%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치구 25곳 가운데 전세가율이 40%를 넘는 곳이 1년 사이 6곳이나 늘어난 18개구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20%대를 기록한 곳은 지난해 용산구(29%) 등 2곳이 있었으나 올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세가율이 30%대에 달했던 11개 지역도 7곳으로 줄면서 치솟는 전세가격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대문구·은평구(47%)였다. 이어 관악구, 동대문구, 성북구, 중구, 중랑구 순(각각 46%)이었다. 전세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강서구로 지난해보다 5% 포인트 상승한 41%를 기록했다. 예컨대 매매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에는 1억6200만원에 전세로 들어갔다면 지금은 2250만원을 더 줘야 하는 셈이다.
강남구(31%)와 서초·송파구(각각 34%) 등 강남 3구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매매가격 영향으로 전세가율이 30%대를 유지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보금자리주택 조성 초기에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김현길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