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덮인 지방선거] 野 ‘한명숙 효과’ 퇴색 우려
입력 2010-04-19 22:15
천안함 침몰이 6·2 지방선거 정국을 덮는 분위기다. 각종 선거 이슈들이 묻히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다수 보유한 한나라당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북한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보수세력이 결집할 조짐도 있어 한나라당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선거바람이 불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 같은 이슈가 전혀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다급해졌다.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 이슈들이 천안함 정국에 묻히는 ‘블랙홀’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로 모든 현안이 매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천안함 희생자 애도와 침몰 원인 규명에 밀려 ‘한명숙 무죄 판결 효과’마저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민주당의 고민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무죄 판결 직후인 지난 10일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5% 포인트 차로 좁혀졌던 한 전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 격차는 천안함 함미 인양 후 다시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15·16일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의 지지율 격차는 13.8% 포인트로 나타났다.
문제는 함수 인양, 사고 원인 규명 등 당분간 지속될 천안함 관련 일정이 결코 야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범국민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한명숙 효과를 퇴색시킬 천안함 정국을 이어가기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한 전 총리의 이번주 출마 선언이 천안함 함수 인양에,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열기가 사고 원인 규명 공방에 묻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북한 연루설이 힘을 받고 있는 최근 분위기도 걱정이다. 북한이 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해 침몰시켰다면 선거 민심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쪽으로 흐를 수 있어 야당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여권 지지 세력인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여론도 제기된다. 사고 후 지도부에서 “북한 공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주장, 민주당의 운신의 폭을 좁혀놨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선거에 이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민주당은 현 정권의 ‘안보 구멍’에 공격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 최고위원은 “천안함 침몰 사고에 이어 링스 헬기가 연이어 두 대나 추락했다”며 “정권이 바뀐 뒤 북한과의 관계는 급속히 경직됐지만 상대적으로 안보태세는 허술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대표도 20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현 정권의 안보태세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