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덮인 지방선거] 與 北風 ‘역풍’ 불라 몸조심

입력 2010-04-19 18:33


천안함 침몰이 6·2 지방선거 정국을 덮는 분위기다. 각종 선거 이슈들이 묻히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다수 보유한 한나라당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북한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보수세력이 결집할 조짐도 있어 한나라당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선거바람이 불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 같은 이슈가 전혀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19일 “천안함 침몰 사고 때문에 ‘한명숙 효과’는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정식 후보로 선출된 뒤 며칠간 ‘컨벤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역시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천안함 정국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은 당초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 선거로 치러질까 걱정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서울)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충남), 이광재 의원(강원)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역대 어느 때보다 중간심판 성격이 강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선거 자체가 실종되면서 정권심판론은 아예 부각되지도 못했고, 대신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면서 여당에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본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GH코리아의 18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야당 후보들에게 각각 6% 포인트, 20∼30% 포인트 크게 앞선 것에서도 현격히 드러났다. 또 여의도연구소에 따르면 국가적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43% 정도로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여권에 긍정적인 ‘안보 효과’가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천안함 이슈가 보수층 결집은 물론 ‘세종시 반발’까지 잠재운 것 같다”며 “충청표가 많은 인천에서 최근까지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안 시장과 비슷하거나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었는데 천안함 사태 이후 확실히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여당은 천안함 국면이 당분간 지속되게 하기 위해 각별히 몸조심하는 눈치다. 특히 앞장서서 천안함 사고와 북한을 연계시킬 경우 자칫 북풍으로 비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풍 함구령’이 내려졌다. 지난주까지 대북 강경 입장을 주문했던 정몽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과 북한을 연결시키는 것은 신중하자”고 한발 물러선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그러나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 23일)가 다가오면 천안함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고 보고 이때를 대비해 경제발전 세력’(한나라당)이냐, ‘경제 발목세력’(민주당)이냐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갈 방침이다. 아울러 천안함 수습 국면에서 현 정부의 ‘안보관리 실패론’이 부각될 경우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당정회의 등을 통해 사태 수습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