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이 생명… 믿고 기다려 달라”… 김 국방 “軍 감추는 것 없어”
입력 2010-04-19 22:24
“오랜만에 뛰었더니 조금 힘드네요.” 19일 오전 7시20분쯤 체력단련실이 있는 국방부 내 국방회관을 나서던 김태영 국방장관은 조금 지쳐보였다. 그러나 단단하고 빈틈이 없는 인상은 여전했다. 평소 발걸음이 빠른 김 장관의 걸음걸이는 또박또박했다. 눈매는 강렬했지만 흰머리는 며칠 새 부쩍 는 것 같았다. 24일째로 접어든 해군 천안함 침몰사건의 충격이 그만큼 컸던 것일까.
“아직까지는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 장관도 답답한 듯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원인규명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진전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초조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호된 시련 속에서 오래 단련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차분함이 배어났다.
지난달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이후 김 장관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는 차디찬 바다에 있을 자식 같은 장병들을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 2번 국방부 지하 2층 상황실을 찾아 탐색·구조작업과 인양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매일 새벽1시에 퇴근하고 새벽 6시 출근하는 일이 계속됐다. 하루하루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백령도 현장을 두 차례 방문했고 인양된 함미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평택 2함대도 찾았다.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할 때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국회에 이날 8번째 출석해 현안보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끝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이었다. 아침마다 그는 언론에 실리는 각종 의혹들을 꼼꼼히 살폈다. “군은 감추는 것이 없는데….” 김 장관은 투명성과 정직을 생명처럼 여긴다고 했다. 그래서 군이 중요한 사항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이다. 군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그에게 살점이 베어져나가는 듯한 아픔이었다.
사건 발생 후 예하부대에 내린 지휘서신 2호에서 그는 우리 군은 영웅들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군함이 침몰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동료들을 먼저 배려했던 58명의 장병들, 국가의 부름을 받아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실종자들, 그리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한주호 준위를 소중한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불렀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며 자리에 연연해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실 그는 쉼 없이 일해 왔다. 2008년부터 2년간 합참의장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작업을 지휘했고 곧바로 국방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6개월을 넘겼다. 그는 일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이다. 합참의장 시절에도 그랬지만 국방장관이 되어서도 밤늦게까지 자료를 검토하는 날이 셀 수 없이 많다. 주말에도 공관으로 서류를 싸들고 간다. 그는 “한 점 의혹 없이 사실 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믿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