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꿈의 공장, 할리우드 변신은 무죄”… 경기 침체기 “바꿔, 바꿔” 적극 행보

입력 2010-04-20 00:22


세계 영화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할리우드가 진화하고 있다. 경제 불황과 함께 영화 자본 유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는가 하면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창작보다는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영화들이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부터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펠프스앤필립스 법률회사의 조던 조지프 변호사는 스릴러 영화 대본인 ‘28번째 수정조항’의 작가 로베르토 오시에게 주인공들이 도망치는 장면 중간에 간단한 식사 장면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스트푸드점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위해서였다. 영화 ‘트랜스포머’ 공동 작가로 유명한 오시는 조지프 변호사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뒤 파이낸싱(자본유치)를 하던 방식은 옛말이 돼 버렸다. 영화 ‘탑건’의 공동작가인 잭 앱스 USC 영화예술학교 작가분과 회장은 “영화를 만드는 비용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면서 “당신이 제작자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단순히 대본만 팔지 말고 어떻게 브랜드를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NBC방송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도 참가자들이 레모네이드를 팔기로 돼 있었지만 2번째 시즌에서는 엠앤엠즈(M&M’s) 사탕을 판매하는 것으로 교체했다.

영화 선물거래소도 등장했다. 선물 시장 개장을 이끈 캔터 피츠제럴드는 영화 투자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금융 위기로 침체된 영화 투자금 흐름을 원활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첫 상품은 한국보다 1주일 늦은 다음 달 7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액션 대작 ‘아이언맨2’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메이크 영화 열풍도 두드러진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20여년 전 여배우 골디 혼이 주연했던 영화 ‘오버보드’는 제니퍼 로페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로 다시 만들어져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고 있는 것은 현재 7건에 달한다. 버라이어티 매거진의 비평가 레오 배러클러프는 “영화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혀 모르는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 모험을 하는 것보다 이미 ‘성과’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검증된 작품을 손봐 내놓는 게 이익이라고 할리우드는 판단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극장 업계는 3D 영화 덕을 톡톡히 봤다. AMC 엔터테인먼트, 리걸엔터테인먼트그룹, 시네마크 등 미국 내 주요 극장 체인은 지난달 하순을 기점으로 일제히 입장료를 4∼8%씩 인상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적인 3D 열풍을 몰고 왔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이달 초 2∼4일 동안 3D 영화 ‘타이탄’은 미국 극장매출이 총 1억8200만 달러를 기록해 4월의 주말 흥행수입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