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 기도의 날’ 위헌 판결

입력 2010-04-19 19:01

미국 국가 기도의 날에 대해 위스콘신 법원이 지난 15일 ‘특정한 날을 정해 국가 기도의 날을 개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바버라 크랩 판사는 판결문에서 “기도가 신앙인의 영적 삶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제59회 국가 기도의 날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미국의 진보단체인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이 2008년 10월 ‘국가 기도의 날은 정교분리에 위배된다’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소송 상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재단 측과 국가기도의 날 측은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단 측은 “국가 기도의 날은 기도하지 않는 무신론자들을 ‘나쁜 미국인들’로 만든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포스(TF) 셜리 돕슨 의장은 “건국 초기부터 미국 정부는 공적인 기도를 보호하고 장려해 왔다”며 “만약 이번 판결을 뒤집지 못한다면 미국의 이 같은 빛나는 신앙 전통은 앞으로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의 소송 대상이 미국 대통령인 만큼 항소 당사자도 오바마 대통령이다. 기도의 날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 항소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항소는 판결 후 60일 이내에 해야 한다. 한편 백악관은 판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국가 기도의 날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기도의 날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기도의 날이 필요하다고 제창한 후, 1952년 트루먼 대통령 때 제정됐다. 88년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는 수정된 법에 따라 매년 5월 첫 주 목요일을 국가 기도의 날로 지키고 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