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챔프전에선 정규리그 성적 잊어라

입력 2010-04-19 18:53

단기전 승부는 아무도 모른다. 6∼8개월간 진행되는 정규리그와 달리 3∼7경기만에 판가름나는 포스트시즌 경기는 선수와 임원들이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는 상대팀을 겨냥한 맞춤형 작전이 가능하다. 또 경기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경험 등이 작전과 승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사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프로배구의 경우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우승한 예는 절반이 안된다. 여자부의 경우 지난 6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팀이 우승한 것은 단 두차례 뿐이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2위팀 KT&G가 1위팀 현대건설을 4승2패로 꺾고 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2008∼2009 시즌에는 3위팀 흥국생명이 챔프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남자부도 지난 5시즌(올시즌 제외) 동안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까지 우승한 것은 단 두차례(2005∼2006시즌 현대캐피탈, 2007∼2008시즌 삼성화재) 뿐이다.

올시즌 챔프전에서 겨룬 팀들의 정규리그와 챔프전 맞대결 기록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정규리그의 기록은 챔프전에는 그저 참고용에 불과하다는 속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정규리그에서 KT&G를 맞아 6승1패로 압도적으로 이겼을 때 39.98%의 공격성공률을 보였으나 챔프전에서는 37.97%로 떨어졌다. 반면 KT&G는 정규리그에서는 33.52%의 공격성공률을 보이다 챔프전에서는 40.16%로 끌어올렸다. 바로 엄마용병 ‘몬타뇨 효과’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때 보여준 제 기량을 채 펼치지 못한 반면 KT&G는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장소연, 김세영의 센터진과 세터 김사니의 분전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블로킹에서 현대건설은 ‘블로킹 여왕’ 양효진의 활약으로 정규리그에서 64-57로 우위를 보였으나 챔프전에서는 28-66으로 크게 뒤졌고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규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을 5승1패로 압도했던 삼성화재도 챔프전 들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범실이 현대캐피탈보다 적었지만 18일 챔프전 6차전까지 141-109로 월등히 많았다. 30대 주축선수의 체력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대로 현대는 블로킹이 좋은 팀이나 챔프전에서는 삼성이 현대 못지않은 블로킹 실력을 보였다.

서완석 부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