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효리 뮤비’ 방송 불가 논란… “막장드라마는 봐주면서 이효리는 왜 안돼”

입력 2010-04-20 08:39


방송사의 뮤직비디오 심의 결과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심의 기준이 각 방송사마다 다르고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타 장르와 형평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이효리의 4집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의 뮤직비디오는 KBS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속의 이효리는 버스 안에 서서 춤을 추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을 한다. 또한 여러 댄서와 도로 한복판에서 춤을 춘다. 이효리의 당당함과 자유스러움을 표현한 이 장면을 두고 KBS 심의실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며 준법 정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비의 ‘널 붙잡을 노래’, 유승찬 ‘케미스트리’ 뮤직비디오도 중앙차로 위를 달리는 장면이 문제가 돼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KBS 심의실은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뮤직비디오의 특성 상 가능하면 합법적인 소재로 구성된 작품이 방영돼야 한다.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편집해서 다시 심의를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보다 ‘도로교통법’을 우선시한 KBS의 판단에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내용이 포함된 드라마는 그대로 방영되면서, 뮤직비디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KBS 2TV에서 방영된 ‘아이리스’에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있었고, 현재 KBS 2TV에서 방영중인 ‘수상한 삼형제’에는 사기, 거짓말, 납치 등 부도덕한 설정이 사용되고 있다.

KBS 심의실은 “드라마에도 불법적인 설정이 있다면 우리의 지적을 받지만, 드라마는 촬영분이 그 주에 바로 방영되기 때문에 사전 심의가 방송에 전부 반영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뮤직비디오 연출자는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탈법적인 설정은 시청자가 받아들일 우려가 있으므로 깐깐하게 심의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티즌 ‘드라이아이스’는 “다른 장르에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짙은 장면이 버젓이 나오는데, 뮤직비디오에서 안전벨트 미착용을 문제 삼는 것은 어이없다. 해외 스타들의 뮤직비디오에는 시가전, 도로에서의 집단 군무 등이 나온다. 도로교통법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뮤직비디오가 MBC와 SBS에서는 각각 15세와 12세 이상 관람가로 심의가 통과돼, 방송사 별 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규정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 있지 않아서, 실질적인 판단은 각 방송사의 자율에 따르기 때문이다.

SBS 심의실은 “KBS는 도로교통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그렇다면 도로에서 일어나는 어떤 장면이든 방송불가 판정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효리의 뮤직비디오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판타지 장르를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저지르는 것처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