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하루 2억5000만달러 손실… “9·11사태 능가” 독일·프랑스 등 운항 일부 재개

입력 2010-04-20 00:30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아이슬란드 화산재 대란’ 나흘째인 18일(현지시간) 항공기 운항을 일부 재개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베를린, 하노버, 에르푸르트,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등 5개 공항에 대해 항공기의 이착륙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프랑스도 마르세유, 니스, 보르도 등 화산재가 덜 미친 남부 지역의 주요 공항에 대해 운행을 재개키로 했다.

유럽연합(EU)도 항공기 운항 금지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 순회 의장국인 스페인의 디에고 로페스 가리도 EU 담당 장관은 “19일자 항공편의 50%는 정상 운항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U의 교통문제담당 장관인 슬림 칼라스는 “화산재 구름이 걷힐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항공사들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유럽 항공사들은 1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각국 정부가 화산재 위협에 과민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운항 금지 조치를 즉각 재평가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교통운송 관련 담당 장관들은 19일 회의를 갖고 항공기 운항 재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번 사태에 따른 항공업계 손실을 하루 2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가 19일 2억5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9·11사태 당시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가 운항재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군용기가 화산재 때문에 손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P 통신은 고위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화산재를 통과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F-16 전투기 엔진 내부에서 유리처럼 생긴 물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F-16 전투기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항공 산업의 전체 피해 여부는 화산재 대란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렸다. 로이터통신은 18일 화산재 대란의 향후 전개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산업계 및 각국의 득실과 여파를 분석했다.

릐화산재 구름이 신속히 걷히는 경우=화산 폭발이 중단되고 바람이 불면서 화산재 구름이 빨리 걷힐 수 있다. 항공사들은 손실 벌충을 위해 서둘러 항공기 운항을 재개, 승객과 화물 수송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의 경우 직원들에게 앞으로 7∼10일 동안 불요불급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항공주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화산재 구름이 빨리 걷힌다는 이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하다.

릐분출은 이어지고, 화산재 구름은 걷힐 경우=용암이 계속 흘러나오는 한 화산재가 다시 분출할 위험은 상존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언제 공항이 폐쇄될지 몰라 항공사들은 소극적으로 영업하게 된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항공주의 매력도 떨어질 것이다. 대신 철도 도로 해운 화상회의 등에 대한 수요가 증대해 이들 업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인근의 대형 카틀라 화산 분출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좌우된다. 지난 수십 년간 활동하지 않았던 카틀라 화산이 터질 경우 피해 규모와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릐화산재 구름 잔존, 유럽 영공 폐쇄 장기화=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소 수주 이런 상황이 지속돼도 항공업계는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첨단 제조업에서 슈퍼마켓, 심지어 이벤트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종이 피해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항공업계로선 최악의 사태를 맞게 돼 경쟁력이 약한 중소업체는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다. 유럽 경제도 성장이 저해될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