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 시행 30년… 체감 만족도 ‘걸음마 수준’

입력 2010-04-19 18:21


장애인 복지 제도가 시행된 지 30년 됐다. 그동안 장애인 복지 제도는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장애인이 장애 때문에 힘겹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제도는 선진화됐지만 복지서비스 수준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480만 장애인의 현실=지난해 6월 말 기준 등록 장애인은 241만9444명이다.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지적 장애인 등 15개 유형의 장애인은 정부 지원 대상자로 등록할 수 있다. 장애인 단체는 미등록 장애인까지 합치면 전체 인구의 10%가량인 480만명이 장애인이라고 추산한다.

2008년 실시된 전국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60세 장애인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62만7000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329만200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병원비, 장애 보조 장비 이용비 등 장애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월평균 15만5400원이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에게 추가로 지급되는 비용은 최대 월 13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차별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3분의 2 이상은 일상생활과 교통수단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길거리 장애물 때문에 부상을 경험한 장애인이 53%, 취업에서 차별을 겪은 비율이 42%에 이른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16∼79%다. 장애인에게는 거리 곳곳이 장애물이다.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중증 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 가운데 35.4%에 이른다. 이 가운데 79%는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고, 13%는 아무 도움 없이 살아가고 있다.

◇“현 정부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50점”=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현 정부의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잘 줘야 50점밖에 안 된다”고 평가한다. 제도가 잘 돼 있더라도 실제 혜택을 받는 장애인 수가 적다보니 복지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장애인의 소득 보장이다.

정부로부터 현금을 지원받는 장애인은 현재 22만여명에 불과하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운데 중증 장애인(장애 1∼2등급과 여러 장애가 겹친 3등급)과 경증 장애인 일부에게 장애수당 2만∼13만원이 나온다.

오는 7월 30일부터는 장애인연금제도가 새로 시행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이 대상이다. 이들은 매달 9만∼15만원을 받게 된다. 경증 장애인은 장애수당을 계속 받고, 중증 장애인은 장애수당 대신 연금을 받아 현금 지원 대상자는 늘어난다. 그럼에도 현금 지원 대상자는 32만6000명가량으로 등록 장애인의 약 13.5%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률은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말 등록 장애인 고용률은 43.8%로 전 국민 고용률 63.7%에 크게 못 미쳤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장애인 가운데 반 이상은 영세 업체 근로자다.

정부는 현금 지원 외에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등록 장애인에게는 의료비와 건강보험료 일부가 면제된다. 장애보조기구를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 주택구입, 자립자원대출 등에도 혜택이 주어진다. 장애인 복지 시설은 매년 일정 금액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장애인은 복지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책임연구원은 “장애인 복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의 요구와 정부의 복지 서비스 사이에 괴리감이 크다보니 만족도가 높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 늘리는 것이 해결책=19일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은 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0%)에 이어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 비율은 1990년 이후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수가 적은 것은 예산 때문이다. 복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담당 부처 공무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는 많지만 이를 제대로 받쳐주기엔 돈이 너무 부족하다”며 “예산 문제만 해결되면 지금 시행 중인 정책으로도 장애인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장애인 관련 복지부 예산은 1조1180억원이다. 복지부 전체 예산 31조1135억원의 3.6%밖에 되지 않는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는 “장애의 89%는 질병이나 사고 등 후천적인 원인에서 생긴다”며 “장애인 복지 예산을 늘리려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비장애인 사이에서도 장애인 복지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