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필요하다

입력 2010-04-19 17:49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불요불급한 것은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즉 시한이 만료되는 49개 감면제도 가운데 감면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제도 등은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없애겠다는 것이다.

당정이 이처럼 기업 세제 지원을 줄이기로 한 것은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일자리 대책과 서민지원 대책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겨냥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그 부담을 기업에 뒤집어씌운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업 세제 지원 축소가 단순히 선심성 공약의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는 꼭 필요하다. 기업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빼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1982년 도입 이후 몇 개년을 제외하고는 3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경기가 좋지 않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상시 제도화된 것이다. 대주주의 부채 상환용 자산 증여에 대한 법인세 감면도 지속할 이유가 없고 지방 골프장 이용객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제도든 시한을 지켜야지 자꾸 연장해 버릇하면 정책의 권위와 효과가 떨어진다.

기업은 지금 돈이 없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12월 결산 상장기업 553곳의 지난해 유보율은 1158%로 전년 대비 96% 포인트 높아졌고, 특히 30대 기업은 3000%에 육박한다. 자본금의 30배를 잉여금으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 세제 지원을 줄이되 여기서 조성되는 재원을 어느 곳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표심을 얻기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쓰고 가급적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에 투입돼야 한다. 그것이 기업을 더 잘되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