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통장 하나 없었던 한경직 목사가 남긴 것은

입력 2010-04-19 17:43


“한경직 목사님 10주기 추모 유품전을 준비하면서 영락교회 등으로부터 인계된 목사님의 유품을 보고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2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숭실대(김대근 총장) 한국기독교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경직 목사 소천 10주기 추모 유품전’을 앞두고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최병현 박물관장이 한 말이다. 그는 “내세울 만한 유품조차 없어 어떻게 전시회를 꾸밀까 걱정했는데, 바로 이것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통장 하나 소유하지 않았던 한 목사님의 진면목이었다”며 “그분이 세상에 남긴 건 오직 참사랑의 정의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유품전의 주제도 ‘한경직 목사의 이웃 사랑, 나라 사랑’이다. 기독교 교육과 목회의 시작, 영락교회 설립과 한국교회의 부흥, 교육봉사 활동, 구호복지 활동, 애국애족 활동, 나눔과 섬김의 일생으로 나눠 한 목사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서울 영락교회는 진리의 등대 생명의 원천으로서 영원히 민족 복음화의 중심 자유민주주의의 보루 사회정화의 원천이 되게 하소서’라고 쓰인 한 목사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성경전서(사진), 1950년대 한 목사가 설교하기 위해 정리한 설교노트 등 소박한 유품 1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한 목사는 신사참배 거부로 1938년 자진 폐교를 결정한 숭실대를 54년 서울에 재건해 초대 학장, 제5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20세기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목회자이자 교육자, 사회운동가로 일제 강점기, 해방과 민족 분단,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살아오며 민족 복음화는 물론 학교 설립과 인재 양성, 구호 및 복지시설 설립과 운영, 북한 쌀 나누기 운동 등을 전개했다.

김대근 총장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실천해온 한 목사님은 사랑의 지도자였다”며 “숭실대는 앞으로 한 목사님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