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건설 이어 철강유통업계 1위 새한철강도 법정관리 신청… 건설업 기반 호남경제 흔들
입력 2010-04-19 18:48
광주·전남의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남양건설이 기업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한데 이어 국내 철강 유통업계 1위인 새한철강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가 혹한기를 맞고 있다.
새한철강은 지난 15일 회생·파산 전담 재판부인 광주지법 민사10부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도급 순위 35위, 광주·전남 2위 업체인 남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3일 만이다.
광주 안청동에 공장을 둔 새한철강은 남양건설 63억원 등 매출 채권 245억원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어 왔다. 여기에 할인받지 못한 어음이 100억원을 넘어선데다 관계사인 ㈜새한종합건설이 지난해 3월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이후 이 회사에 과도한 대여금과 지급보증을 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해 금융기관의 상환 압박에 시달려왔다.
15년째 철강 가공 및 유통 부문 전국 선두를 고수해온 새한철강의 매출액은 2008년 2746억원, 2009년 1896억원이었다. 종업원은 500여명.
이 회사는 “자체 추정한 계속 기업 가치는 441억원이지만 청산가치는 217억원에 불과하다”며 “채무변제 기간을 늦춰주면 원가절감을 통해 짧은 기간에 채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는 “전국을 무대로 한 금호건설을 제외할 경우 광주·전남 부동의 1위이던 남양건설에 이어 간판기업 또 하나가 혼수상태”라며 “건설업 비중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은데 대표적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두 기업을 포함, 올 들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광주·전남 업체는 모두 11곳이다. 지난해 신청한 38개 업체를 더하면 2008년 말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50여개의 향토 기업들이 한꺼번에 좌초위기에 빠진 것.
문제는 국내 도급 순위 50위권 이내인 토목건설업체 K기업까지 법정관리를 검토하는 등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업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호·대주·한국건설 등 지난해부터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역 건설업체의 하청기업들이 연쇄 파산이나 도미노 부도를 맞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행에 따라 ‘외상 공사’를 해온 하청기업들의 경우 법정관리 개시나 경영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연쇄도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금주 시 정책기획관은 “태풍이 몰아친 호남의 지역경제 기반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며 “금융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총체적 난국의 탈출구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