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53)

입력 2010-04-19 11:16

봄엔 하늘에서도 나무가 자란다

“인간이 언제 아름다워 질까? 교회가 많이 세워지면 될까? 성경 공부를 많이 한다고 되나? 아니다. 현존하는 존재로 맞닥뜨리며 사는 그것들, 풀이며 꽃과 나무의 이름에 흙의 마음과 사람의 애정 어린 눈이 머물러 이야기가 되고 이쁜 이름으로 불려질 때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담임목사 칼럼 271번 ‘패랭이 꽃’ 중에서)

토요일 아침에, 숲 해설가를 취미 아닌 취미로 살아가는 아우가 청 매실 묘목 두 그루, 엄나무 묘목 3개, 연산홍 묘목을 스무 개 남짓 가지고 예배당으로 왔다. 그렇지 않아도 봄에 매실나무 두어 그루 심어 볼 요량이었는데, 동생의 처사가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눈물이 다 나왔다. 요즘은 작은 일에도 불쑥불쑥 눈물이 난다. 그런데 아우는 예배당 주위에 심을 묘목 말고 나무에 붙일 이름표를 한 뭉텅이 가지고 왔다.

“이건 뭐지?”

“예배당 주위에 심겨진 나무의 이름을 아는 아이들이 어디 많겠어요? 거기다가 이 이름표를 붙이고 나무 이름을 적어두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내일 주일에 꼬마들 데리고 나무 이름 가르쳐 주며 이름을 써 넣으라고요. 부활절 아침이니 더 뜻깊지 않겠어요?”

이렇게 고맙고 이쁠 수가!

해서, 지금 예배당 주위의 나무에는 하얀 이름표가 달랑달랑 붙어 있다. 이름표를 하나씩 매달며 마음속으로 나무의 이름을 부르고 불렀다. 복자기나무, 신경초나무, 느티나무, 꽃매화, 청매실, 엄나무, 오엽송, 찔레나무, 꽃앵두, 구상나무, 소나무, 산수유, 개나리, 측백나무, 노간주나무, 은행나무, 대추나무, 주목 그리고 이름 모르는 몇몇의 나무들…. 봄엔 하늘에서도 나무가 자란다.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