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52)
입력 2010-04-19 11:13
Practice makes perfect 1편
2010 마스터스 대회에서 4일 내내 타이거 우즈와 라운드하며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한 최경주 프로를 이제는 마스터라고 불러주고 싶다. PGA 정상급 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골프장에서 자라며 좋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입문한 것에 비하면 최 선수의 입문은 그들보다 족히 10년은 늦었고 또 무척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오늘의 그 위치가 눈부시게 빛난다. 그는 금년 마스터스를 통해 모든 골퍼들로부터 존중 받는 진짜 프로가 되었다.
오래 전에 최 선수가 인터뷰할 때 “단신과 체격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단한 연습뿐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연습 벌레로 알려진 비제이 싱이 자기보다 더 열심히 하는 유일한 선수라고 최 프로를 평가한 적이 있다. 솔직히 취미로 하는 연습도 조금만 하면 힘이 들고 꾀가 나는 법인데, 대회엔 꾸준히 출전하면서 밤하늘의 별 볼 때까지 연습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모든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덕목이 있는데, 최 프로를 볼 때마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두 사람은 우직하게 연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거목으로서 정 회장은 많은 화제와 교훈을 남겼는데, 청년 시절 쌀가게에서 일하였을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나도 대학 시절 친구가 일하는 쌀가게에서 자전거 배달을 도와준 적이 있어 그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가를 잘 안다. 그런데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기진맥진한 깊은 밤 정 회장은 자전거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피곤에 지쳐 눕고 싶기만 하였을 그 밤중에 쌀 두 가마를 싣고 자전거 배달 연습을 하였다는 것은 그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한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 결과 그는 금세 자전거 배달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의 선생인 부치 하먼은 “자신의 약점을 고치는데 연습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은 실제로 실행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롱 아이언을 잘 구사하지 못하는 골퍼들은 이런 연습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왜냐하면 잘 안 맞으니까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들은 필수불가결의 쇼트게임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샷을 하는 시원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부치 하먼은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정 회장의 자전거 배달 연습과 최 프로의 피나는 연습이 그 좋은 사례이다.
10여 년 전에도 나는 장타자 축에 끼지 못했다. 또한 멋있는 아이언 샷도 잘 못했다. 그리고 퇴근 후 땀을 뻘뻘 흘리며 롱게임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도 없었다. 그러나 골프는 잘 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쇼트게임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하여도 퇴근 후 어프로치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연습장에서 15야드, 20야드, 30야드 앞에 빨간 볼 같은 표적을 하나 정해 놓고 그 볼 맞히기 연습을 무척 많이 했다. 그것을 맞히기 전에는 다른 클럽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이버나 미들 아이언을 단 한 번도 잡아 보지 못하고 연습장을 떠나야 했던 날도 많았다. 재미도 없고 지루한 어프로치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요즈음 나는 쇼트게임이 무척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롱게임 핸디 수준이 10 정도라면 나의 쇼트게임 능력은 핸디 5 이하가 된다.
나도 남도 기꺼이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면서도 1인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도 남도 힘들어서 하기 싫어하는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힘들어도 계속, 싫어도 다시 한 번 더 노력할 때 그가 영웅이 되고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역사상 공짜로 성공을 거머쥔 사람은 없고 골프도 역시 마찬가지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