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北 ‘천안함’ 첫 반응 배경… 사고원인 조사 ‘국제공조’에 부담 일단 발 빼기
입력 2010-04-18 18:48
천안함 침몰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사고 22일 만에 ‘북 관련설’을 강하게 반박했다.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1주일 안팎에서 첫 언급을 내놓았던 것에 비해서는 지각 반응인 셈이다.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원은 그동안 반응을 내놓지 않고 침묵한 데 대해서도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초기 남측에서 북한 연계설에 대해 조심스러웠던 상황에서 굳이 오해를 살 수도 있는 해명을 선제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측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외부 충격, 특히 어뢰에 의한 피격 쪽으로 모아가자 다급해진 북한은 자신들의 연계설 차단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군사논평원의 발표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담화 다음날 이뤄졌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18일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쪽으로 쏠리는 분위기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쪽이 (도발을) 했든 안 했든 아무런 대응을 안 한다면 자칫 뒤집어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사실상 6자회담의 재개 여부와 연계시키고, 침몰 사고 조사에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등이 동참하면서 북한이 국제적으로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히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역시 군사논평원의 발표 형식을 취해 반박의 수위 조절에는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원의 글이라는 형식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남측 당국이 아직까지 침몰 원인을 명시적으로 북한과 연계시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차후 천안함 침몰의 최종 원인이 북한 쪽으로 밝혀질 경우 총참모부나 국방위원회 성명 등 격이 높은 반응을 내놓기 위해 수위를 자제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악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 이후 취해온 대남 평화공세 기조를 사실상 접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의 청와대 방문 이후 자제했던 ‘이명박 역도’라는 노골적인 표현도 8개월 만에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천안함 침몰의 최종 원인이 북한 쪽으로 발표될 경우 다음달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전후로 대남 기조가 매우 강경한 쪽으로 결론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정부가 핵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그랜드바긴’에 대해서도 거칠게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17일 논평원의 글을 통해 그랜드바긴과 관련해 “아무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할 내용을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궤변으로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평가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