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아름다운 父子… 故 박석원 중사와 가족의 선행 ‘감동’
입력 2010-04-18 19:09
“박석원 중사의 아버지인 목사님을 꼭 찾고 싶습니다. 혹시 연락처를 아시는 분은 꼭 알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8일 오후 고 박석원(28) 중사의 미니 홈페이지에 문해철(40) 목사가 글을 올렸다. 문 목사와 박 중사 아버지가 서로 연락이 끊어진 것은 8년 전. 문 목사는 뒤늦게나마 찾아가 지난 세월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문 목사와 박 중사 가족의 만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사였던 문씨와 아버지 문은길(70) 목사는 인천에서 충남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낯선 땅이었기에 어디서 교회를 개척할지 모를 만큼 막막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것이 박 중사의 아버지였다. 당시 천안 신부동에서 개척 교회를 하던 박 중사의 아버지는 형편이 어려운 문 목사에게 선뜻 공동 목회를 제안했다. “형님, 저희 교회에서 당분간 목회를 하시면서 자리를 잡으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작은 교회입니다만 문 목사님만 좋으시다면 저는 대환영입니다.”
“그때 박 목사께서 저를 도와 주셔서 당시 집사였던 저도 신학 공부를 하고 지금 목사가 됐습니다. 목사들한테 설교권이란 게 어떤 것과도 바꾸기 힘든 것인데, 박 중사의 아버지께서는 아무 대가도 없이 그냥 주셨어요. 성도가 10여명밖에 안돼서 형편이 어려운데도 박 목사 가족이 우리에게 꼬박꼬박 사례비를 주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지요. 다 잊고 살아왔는데….”
2002년 문 목사 일행은 천안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박 중사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박 중사는 고등학교 친구 10여명을 데려와 문 목사의 이삿짐을 쌌다. 행여 이사 비용이 많이 나갈까 걱정했던 박 중사였다.
박 중사는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를 돕기 위해 신학대학을 중퇴하고 2002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박 중사는 “비록 목사의 꿈은 잠깐 접었지만, 해군에 가서 선교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오늘은 동료랑 상담을 했는데 그 친구 표정이 편안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버지, 오늘은 신앙을 갖지 않던 친구를 전도했어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목사의 길은 잠깐 접었지만, 꿈만은 접지 않았다. 바다 위에서 기도했던 박 중사는 자주 아버지께 전화하며 일상을 전했다.
“착했어요. 처음부터 해군에서 선교할 거라고 마음먹고 임관했던 애였기 때문에…. 전사한 것이 아니라 순교한 것이지요.” 박 중사의 아버지는 “외아들을 잃었지만 하늘나라에 있다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박 중사가 2007년 승선했던 순천함의 윤근상(45) 함장도 박 중사의 미니 홈페이지에 추모글을 올렸다. “성실했던 박 중사! 깜깜한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놀랐겠는가! 자네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동료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을 걸세.” 박 중사와 윤 함장은 당시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신앙을 함께 나누었다.
박유리, 평택=노석조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