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北연루’ 둘러싸고 커지는 좌우갈등

입력 2010-04-18 18:36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 등을 둘러싼 논란이 좌우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보수·진보 간 논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침몰 원인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던 노인들이 주먹다짐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17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는 좌파 성향 노인 단체인 아사달노인회의 안보 좌담회가 열렸다. 이 단체 소속 노인 10여명은 “천안함 사고는 북한과는 무관한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 한모(65)씨는 “북한이 내려와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하려면 먼저 우리의 첨단 무기 체제를 뚫어야 하는데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때 좌담회장 주변에 있던 우파 성향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소속 노인들이 뛰어 들어와 한씨 등의 멱살을 잡고 때리기 시작했다. 한씨는 얼굴을 다쳤고 참석한 나머지 아사달노인회 회원들도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당시 현장 사진을 확보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좌우 대립이 잠잠했던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뢰라면 북한의 소행이 확실하다는 보수 측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연루 의혹을 기정사실화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진보 측 주장이 갈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친북좌파 무리들은 천안함이 북의 어뢰에 얻어맞았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이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진보 측을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도 “좌파들은 나라를 위해 전사한 장병의 숭고한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정부를 흔드는 데 혈안이 돼 온갖 억측을 조작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측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D ‘김정찬’은 한 포털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선거 때만 되면 보수 진영이 북풍을 이용해 보수층을 결집시키곤 했는데 이번에도 천안함 사고를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군의 실수나 함정 자체의 문제 등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수 측 때문에 전쟁이 날 수도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좌우 분열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북한의 소행임이 확인된다면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대립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려대 사회학과 손장권 교수 역시 “지방선거와 맞물려 좌우대립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쟁 자체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걱정했다. 그는 “보수도, 진보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그러나 극좌나 극우식 주장은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 세력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논의를 진행해야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조국현 박유리 최승욱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