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외국인 눈엔 여전히 매력적인 한국 증시

입력 2010-04-18 18:34


주식시장에서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일이 있다. ‘자기 돈으로 직접 투자하는 사람보다 남의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남의 돈을 받아 투자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크게 갈라진다. 돈이 계속 들어오는 곳이 있고,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곳이 있다. ‘사자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과 ‘팔자’를 계속하고 있는 국내 투신사가 그들이다.

외국인이 팔면 수급에 공백이 생겨 불안정해진다. 뉴스 흐름이 좋아져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배당금 등 이익을 보고 싶어도 외국인이 팔면 같이 팔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계속 순매수할 공산이 크다. 외국인 눈에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계속 매수하는 이유는 상대적인 비중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이익 모멘텀(추동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내에서 한국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9월 3월 17.6%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13.1%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에 힘입어 한국이 그동안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기업이익 회복 측면에선 한국은 벌써 2008년 7월 고점을 돌파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국가 중 2008년에 달성한 기업이익 수준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 칠레 인도 터키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 4개국 중 현재 한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수준은 2008년에 오른 고점보다 9.8%나 높다. 이는 MSCI 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높은 회복력과 모멘텀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은 다른 경쟁 국가들보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주가가 올라가는 속도보다 기업 이익이 더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나라다. 한국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 이유가 없어 보인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