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 사라진줄 알았는데… 여주군수 사건후 다시 논란

입력 2010-04-18 23:36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16일 터진 이기수 여주군수의 공천뇌물 공여 미수 사건은 이번 지방선거도 여전히 혼탁함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엄격한 공직선거법으로 겉으로 돈을 주고받는 풍토는 많이 줄었다고 하나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여전히 물밑으로 검은돈들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정설이다.

후보자 등록 후 선거운동은 많이 정화됐으나 아직도 공천권을 따내기 위해 출마예상자들이 각 당과 해당지역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벌이는 이른바 ‘공천 뇌물’은 더욱 음성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정당에서 공천하도록 공직선거법이 재개정됨에 따라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검은돈 거래’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검은돈을 담은 ‘쇼핑백’이 공천 뇌물로 국회의원에게 건네지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공천이 확정되면 ‘특별당비’ 혹은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공천의 대가를 당이나 국회의원에게 주고 있다. 특별당비나 정치후원금의 경우 합법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 공천을 대가로 확정 전에 돈이 오갈 경우 낙천 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공천 확정 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기수 여주군수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이범관 의원에게 ‘공천 뇌물’을 주려다 이 의원이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공천 헌금이 아니고 당 운영경비”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18일 구속됐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군수와는 서로 만나기로 한 사전 약속이 없었다”며 “당시 이 군수가 집 근처에 와 있다고 전화가 왔지만 이천에 행사가 있어 오래 만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 커피숍에서 약 10분간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군수와 차를 마시는 사이 이 군수의 운전비서가 커피숍 앞에 주차 중인 내 차의 뒷문을 직접 열고 쇼핑백을 넣어둔 것”이라며 “이 군수의 비서는 저의 비서에게 ‘기념품’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도로 가져가도록 비서를 통해 연락했으나 이 군수는 이를 거부하고 그대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여주로 돌아가고 있었다”며 “쇼핑백에 들어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았고, 나중에 경찰이 직접 확인한 결과 돈으로 밝혀져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에서 억대의 돈이 ‘특별당비’나 정치후원금 등 명목으로 건네진다고 한다. 과거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A의원은 “후보로 확정되면 상당 액수의 특별당비를 내는 것이 관행”이라며 합법을 가장한 검은돈 거래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