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도 화산재 불똥… 유통·낙농·화훼농 일손 놔

입력 2010-04-18 23:44

아이슬란드의 화산재가 회복세를 타던 유럽 경제의 엔진까지 태워버릴 기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교통장관들은 화산재 유입으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한다. EU는 회의를 통해 발이 묶인 승객과 화물의 대체 교통수단 제공 등 공동체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로 일상경제는 물론 군사작전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화산재가 남쪽으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동쪽으로는 러시아까지 퍼지면서 18일에도 유럽 내 항공편의 80% 이상이 결항됐다. 유럽 안팎에 발이 묶인 여행객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철도편 유로스타엔 매일 수천명이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항공기 결항에 따른 항공사들의 피해가 최소한 하루 2억 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와 에어프랑스, 독일 루프트한자 등 유럽 항공사들의 주가는 3~4%씩 하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이번 화산 사태가 유럽 항공업계에 인수합병을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행업체, 호텔, 관광지 상점가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화물을 이용해온 화훼농가와 낙농가, 유통업체들도 16일부터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다. 유럽의 슈퍼마켓에서는 신선식품들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노무라증권 피터 웨스터웨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다행히 주말이 겹쳐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 “결항이 1주일을 넘긴다면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대해 군사물자 지원이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독일로 후송될 예정이던 부상 병사들도 더 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옮겨지고 있다. 그리스 재정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도 각국 장관들이 서둘러 귀국, 파행을 겪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화산재가 확산되는 곳은 높이 6000븖 이상의 대기권 상층부여서 유럽인들의 호흡기 건강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