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사기혐의 피소 충격파… 오바마, 금융개혁 재시동
입력 2010-04-18 19:10
미국 월가에서 부동의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미 금융당국에 의해 사기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소됐다. 골드만삭스 기소는 미 금융계를 강타했다. 그렇지 않아도 논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금융개혁 추진이 이번 기소로 본격 논의되면서 워싱턴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기혐의 기소=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삭스와 부사장 1명을 연방지법에 고소하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중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중대한 정보란 골드만삭스의 CDO(상품명 ABACUS) 설계 및 마케팅에 참여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코(Paulson & Co)가 이 CDO 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챙기는 쪽으로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사실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결국 판매 몇 달 만에 CDO 상품 가치가 하락하자 폴슨앤드코는 10억 달러 이상 이익을 챙겨 빠져나갔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이 상품을 매입한 다른 투자자들은 가치 폭락으로 그만큼 손실을 입었다. 폴슨앤드코가 CDO 상품에 포함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99%는 몇 달 안에 등급이 강등됐고, 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일반투자자와 정반대 포지션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셈이다. 기소 소식으로 16일 뉴욕 다우지수는 125.91포인트(1.13%)나 떨어지면서 1만1018.66을 기록했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도 2.08달러(2.4%) 떨어진 배럴당 84.6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8년 골드만삭스에 투자했던 워런 버핏도 이날 하루만 투자액의 10억 달러 정도를 날려 그의 명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골드만삭스 주가가 160.70달러로 13%나 급락하자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골드만삭스 주식매입 워런트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개혁 논란=오바마 대통령은 16일 경제고문 회동과 17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이번 기소와 관련해 금융개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CDO 같은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의 파생상품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하며, 규제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못 박았다. 또 금융산업을 규제·감독하는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세금으로 금융회사를 구제해야 하는 경제위기가 또다시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건강보험법 개정 이후 양당 간 2차 전면전이 일 조짐이다. 공화당 내 일각에선 민주당이 금융개혁법 개정 추진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