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고객들과 소통한다… 기업들 공연장·미술관 운영 ‘아트 마케팅’
입력 2010-04-18 18:34
기업들의 ‘아트 마케팅’이 뜨겁다. 경기 회복세를 타고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당장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장기적인 투자다.
KT는 17일 KT 체임버홀 정기공연에 다문화 가족 40명과 마거릿 클락케이시 주한 가나 대사 등 외교관 가족 30명을 초청했다. 평소에 공연을 접하기 힘든 다문화 가족을 위한 행사였다.
KT 체임버홀은 지난해 5월 서울 목동 사옥 1층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420석 규모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이다. ‘KT와 함께하는 토요일 오후의 실내악’ 공연을 연중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관람료는 1만원으로 책정됐다.
올림푸스한국이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에 준공한 사옥에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 ‘올림푸스홀’과 전시공간 ‘갤러리 펜(PEN)’도 들어섰다. 올림푸스홀은 규모(250석)는 작지만 사운드 등 질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쓴 공연장이다.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을 지낸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장 운영을 총지휘한다.
현재 KT 체임버홀과 올림푸스홀 외에 기업의 전문 공연시설로는 호암아트홀, LG아트센터, 금호아트홀, 두산아트센터, 샤롯데씨어터, CJ아지트, KT&G 상상마당 등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손꼽히는 대기업만 하고 있는 공연장 사업에 올림푸스한국 같은 외국계 기업이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보다 많은 사람을 클래식 문화로 이끄는 인프라 투자는 기업의 가치 있는 문화공헌”이라고 말했다.
기업 미술관도 속속 생기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8일 서울 서소문사옥 1층에 ‘일우스페이스’를 개관했다. 미술관 이름은 조양호 한진 회장의 호 일우(一宇)를 땄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관장을 맡았다. 열혈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조 회장의 취향에 걸맞게 개관 기념으로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의 신작 전시회가 마련됐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3층에 ‘일주&선화 갤러리’를 열었고 OCI(옛 동양제철화학)는 창업자 이회림 회장의 고미술 컬렉션을 주로 전시하던 서울 수송동 송암문화재단 전시관을 현대식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오는 6월 개관한다.
아트 마케팅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공연 및 미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는 고객과 기업이 예술 장르로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면서 문화예술 산업도 함께 육성할 수 있는 상호이익 활동”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김현길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