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발목잡을 가계·공기업 부채
입력 2010-04-18 19:24
경제주체들의 부채 급증세가 심각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들의 금융부채는 작년 말 2447조4000억원으로 GDP의 2.3배에 이르고 5년 새 1000조원이나 늘었다. 머잖아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자비용 증가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민간기업·공기업·정부의 5년 동안 부채증가율은 각각 57.3%, 108.2%, 72.9%, 77.1%다. 문제는 가계와 공기업이다. 가계는 부채증가율은 낮았지만 내용상으로는 가장 위태롭다. 지난해 9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0%보다 높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민간부문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145%로 미국 126%, 영국 102.3%보다 높다. 이 비율은 2004년 114%에서 이후 해마다 10%포인트 전후로 늘고 있다.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9%에서 지난해 95.1%까지 높아졌다.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고 보면 가계부채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기업의 경우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5년 새 부채규모가 배로 늘고 부채비율도 지난해 기준으로 153.6%를 기록, 1년 새 20.1% 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민간기업은 부채와 자산이 함께 늘고 있어 부채비율 자체는 안정적이다. 지난해 상장기업 평균 부채비율은 100.8%였다. 국가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부채비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공기업 부채 급증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사업 등 국책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정부 재정으로 추진돼야 할 국책 사업이 공기업에 떠맡겨졌다는 점이다. 공기업 부채는 넓은 의미에서 국가부채인 만큼 국책 사업을 공기업에 슬그머니 떠맡기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 차원의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가계와 공기업은 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