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다발 전달 여주군수만 했을까

입력 2010-04-18 19:24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한나라당 소속 ‘이기수 여주군수 2억원 돈다발 전달 사건’은 공천 과정에서 검은돈 거래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비록 해당 지역구 이범관 의원 측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지만 공천 대가로 거액이 오가는 것은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공천을 받으면 특별당비 명목 등으로 거액을 내놓는 게 거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 군수는 경찰 조사에서 이 의원에게 일절 공천 얘기를 하지 않았으며, 2억원은 당 운영경비에 필요할 것 같아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공천을 청탁하기 위해 건넨 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이 군수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자 돈으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이 군수는 중앙정부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경쟁에 뛰어들자 공천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사건은 이 군수와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 이범관 의원 측 신고가 없었다면 영원히 파묻혔을지 모른다. 인천에선 모 정당 의원 보좌관이 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기초의원 공천을 바라고 의원도 아닌 일개 의원 보좌관에게 건넨 돈이 1억원이라면 얼마를 줘야 광역의회 의원이나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6·2 지방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져 과거 어느 때보다 공천을 둘러싼 검은 거래가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합동으로 올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한 1387명 가운데 금품·향응 수수가 507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돈을 주고 공천을 받아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본전 생각에 매관매직을 일삼고 이권에 개입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검은 돈 거래를 뿌리 뽑지 못하면 지방자치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