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의 발자취 더 많은 이에게 전파”… 한경직 목사 10주기 행사 잇달아

입력 2010-04-18 20:36


“집 한 칸, 땅 한 평 남기시지 않았지만 한경직 목사님은 참으로 많은 것을 남기셨습니다. 한 목사님은 한국교회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19일 소천한 지 10주기를 맞이하는 ‘한국 기독교계의 거목’ 한경직(1902∼2000) 목사를 기리는 추모예식이 18일 주일 오후 5시 한 목사가 생전에 목회했던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거행됐다.

이철신 영락교회 담임목사의 인도로 진행된 추모식에서 100세의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긍정으로 사신 분’(고후 1:19∼20)이라는 설교를 통해 “한 목사님은 평소 상대방의 말에 ‘그렇군요, 예’라고 긍정적으로 응답하며 모든 문제를 편하게 풀어 나가셨던 분”이라며 “철저한 청빈과 무소유로 일관했던 그의 사상과 업적은 민족의 사표로 한국교회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강병훈(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장) 목사는 대표기도를 통해 한 목사의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후배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삶으로 계승해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했다. 몇몇 성도들은 한 목사의 생전 영상이 방송되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락교회 홍지원 권사는 “너무 인자하시고 예수님 같았던 분”이라고 했다. 이수경 안수집사는 “한 목사의 삶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추모사에서 “한 목사님이 뿌린 사랑의 열매는 날이 갈수록 강력하게 이 사회에 다가오고 있다”고 술회했다. 한 목사의 아들인 한혜원 목사는 유가족을 대표한 감사의 말씀에서 “한국교회가 아버지의 비전을 잃지 마시고 전도와 교육, 봉사에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영락교회는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 영락공원에서 성묘예배를 드린다. 21일부터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에서 유품전시회, 28일에는 숭실대 한경직목사기념관에서 한 목사 사상과 선교 성과를 돌아보는 세미나가 열린다. 오는 9월 영락교회에서 한 목사가 미국인 피어스 목사와 함께 이끌었던 월드비전과 바자를 갖는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영락교회에서 국제세미나를 진행한다. 12월에는 ‘한경직상’ 시상식이 마련된다. 이밖에 숭실대는 ‘한경직 목사의 지도력’이란 교양 강좌를 개설한다.

1992년 ‘종교계 노벨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한 한 목사는 당시 상금 102만달러 전액을 즉석에서 북한선교 기금으로 기탁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훗날 사석에서 “1분 동안 백만장자가 돼 봤다”며 웃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한 목사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청담 스님 등 천주교·불교계 인사들과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종교 화합에도 앞장섰다.

1902년 평남 평원에서 태어난 한 목사는 평양 숭실대와 미국 엠포리아대, 프린스턴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33년 신의주 제2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광복 직후 월남한 그는 1945년 지금의 영락교회 전신인 베디니전도교회를 세우고 고아원 학교 등을 설립, 6·25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데 힘썼다. 숭실대 초대 학장, 서울여대와 아세아연합신학대 이사장, 대광중·고와 보성여중·고, 영락여상·중·고 이사장 등으로 교육사업에도 앞장섰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