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마련 장애인 요리경연대회… 감칠맛 비결은 ‘자립 의지’

입력 2010-04-18 18:00


지적 장애인들이 요리 솜씨를 겨루는 대회가 17일 서울 용두동 국제요리전문학교에서 열렸다.

올해로 9회째인 이번 대회는 지적 장애인들의 가사능력 및 자립능력 증진을 위해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산하 사랑의복지관이 안동국시 마드향뷔페 대한생명 등의 후원으로 마련했다.

이날 경연용으로 주어진 주요 식재료는 오징어. 이를 활용해 3인 1조 19개 팀이 내놓은 메뉴는 다양했다. 명휘공동생활가정 ‘희망&사랑’ 팀은 오징어 갈비와 두부 과일샐러드를 만들었다. 이들은 당근과 고추, 오이를 썰고 소금에 절인 뒤 키친타월로 말려 쟁반에 둘러 얹어 놨다. 아산시장애인복지관 공동생활가정 ‘사랑터’ 팀의 2급 지적장애인 변정아(22)씨는 오징어 위에 미나리를 올렸다 내리기를 10여분째 반복하며 최고의 오징어 미나리 강회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자신의 몸조차 추스르기 어려운 지적 장애인들이 칼을 만지고 가스레인지를 다루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해진 2시간 동안 무사히 요리를 완성해 나갔다. 팀을 이끌고 참여한 이향유(29·성남대원감리교회) 하늘동산 주간보호센터 간사는 “상을 타고 안 타고보다는 이들이 주어진 일을 마쳤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심사 기준은 맛, 데코레이션, 창의성, 조리기술, 위생 및 정리 등 5개 영역. 이날 대상은 에덴평강의집 ‘요리에 꿈을 담아서’ 팀이 받았다. 심사위원 임성빈(슬로우 팜) 대표는 “속도가 좀 느리다 뿐이지 솜씨는 비장애인보다 더 정성스럽고 꼼꼼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동우 사랑의복지관장은 “내년에는 그동안 수상했던 20개 팀을 모아 왕중왕전을 벌일 계획”이라며 “요리 대회가 장애인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