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질환, 수술 않고 치료하는 법-(上) 무릎 질환의 주사요법] 손상된 연골 재생, 혈소판이 묘약
입력 2010-04-18 17:50
흔히 관절 연골이 손상된 경우, 이를 대체하는 인공관절이나 인공디스크 치환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한다. 그러나 인공관절과 인공디스크 치환술은 연골 또는 추간판이 다 닳아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경우에 쓰는 마지막 대안이다. 연골은 손상 정도에 따라, 진행 단계에 따라, 연령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PRP주사요법, 초음파요법 등과 같은 비(非) 수술요법이 잇따라 등장, 각광받고 있다.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무릎과 어깨, 그리고 척추 질환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법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릎 관절염=관절경 또는 인공관절 치환 수술’이란 등식이 깨지고 있다. 웬만한 무릎 관절염은 주사 한대로 자가 치유력을 높여 수술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바로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요법의 등장이 불러일으킨 변화다.
관절·척추질환 전문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18일 “그동안 관절염 초기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관절경을 이용한 연골재생술과 연골판 봉합 및 절제술이었지만 요즘엔 이보다 더 간편한 PRP주사요법이 나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PRP는 특수 키트를 이용해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만을 분리해 5배 이상 농축한 것으로, PDGF, TGF, EGF, VEGF 등 세포성장인자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따라서 세포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 촉진, 신생혈관 재생, 상처치유 능력을 발휘해 연골의 파괴를 막고 연골을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도 이 시술을 통해 부상을 이겨낸 것으로 유명하다.
PRP를 농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몸에서 20∼40㏄ 정도(소주 반잔 분량) 채혈을 한 다음 원심분리기에 넣어 혈소판만을 추출, 특수 키트로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치료는 이렇게 얻어진 농축 PRP를 손상된 힘줄 또는 연골 부위에 1주일에 한 번씩 총 3회 주입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매회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 시술 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에 입원할 필요가 없고, 치료 후 일상생활 복귀도 그 만큼 빨라진다.
고 원장은 “주사 후 한달 정도 지나면 손상된 연골 또는 힘줄이 회복돼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PRP 주사는 운동을 자주 하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장기간 일한 탓으로 발생하는 ‘슬개건염’과 ‘연골연화증’ 치료에 특히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슬개건염은 무릎 앞쪽의 슬개골(무릎덮개 뼈) 아래에 있는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 염증이 만성화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발병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연골연화증은 마치 쿠션처럼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연골이 물렁물렁해져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함에 따라 통증을 느끼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역시 슬개건염과 마찬가지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중증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생활 중 특별한 외상없이도 쪼그려 앉기, 무릎 꿇고 걸레질하기, 체중 증가 등과 같이 반복적으로 무릎에 충격을 주는 경우가 빈번한 중년 주부들에게 흔하다.
PRP 주사는 이밖에도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 등과 같은 만성 팔꿈치 염증, 어깨 관절의 인대 손상, 발바닥 통증을 유발하는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등의 치료에도 이용되는 등 나날이 적응증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