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흥행 견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입력 2010-04-18 17:40
“관객 24만명 돌파 좀 늦은 감 있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수 24만 명을 돌파했다.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뮤지컬을 제외하고 단일 공연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뮤지컬계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 이뤄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설도윤(51) 설앤컴퍼니 대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듯했다.
지난 15일 공연이 열리는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설 대표는 “더 빨리 됐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오페라의 유령’은 많은 암초와 만났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지난해 말 신종플루 그리고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까지 악재가 겹쳤다.
“천안함 사건 당일에는 평소보다 30% 이상 표가 안 팔렸어요. 국가적으로 슬픈 일이기에 우리도 공연을 중단할까 고민했는데 우리가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 대표는 7월 말까지 계속되는 공연을 통해 30만 명의 관객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30만 명이 되려면 5월부터 7월 말까지 6만 명, 한 달에 2만 명이 와야 한다. 객석의 50%만 차도 이 수치는 나온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구체적인 수치에 자신이 있는 것은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 때는 영국에서 마케팅 디렉터를 데리고 와 국내에서 하지 않던 각종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4개월 전에 티켓을 오픈하고 좌석별로 블럭을 나누는 등 요즘 공연계에서 하고 있는 대부분의 마케팅이 이때 도입됐다.
“공식이 있어요. ‘캣츠’는 2년 반 정도에 한 번씩 하면 전에 했던 것만큼 나오고, ‘오페라의 유령’은 4년에 한 번씩 하면 돼요. 만약 ‘오페라의 유령’을 4년 뒤에 또 하면 30만 명을 오게 할 수 있어요. 그게 앤드루 로이드 웨버 뮤지컬의 힘이에요.”
설 대표는 “적당한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너무 자주하면 희소성, 신비감이 떨어진다”면서 “언제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긴장감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훌륭한 콘텐츠와 좋은 마케팅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대표는 공연계에서 가장 경영마인드를 잘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뮤지컬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솔직하기까지 하다. 올해 목표가 부채 없는 ‘클린 컴퍼니’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가적인 면모가 뚜렷하다.
“CEO는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술을 상품화해서 경영하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공연계에는 경영이라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잘못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겨요. 무책임하게 일을 벌이다 없어지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설 대표는 내년 상반기쯤 오랜 만에 창작 뮤지컬 한 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는 ‘천국의 눈물’이다. 작품을 완성한 상태에서 다듬는 데만 2년이 걸릴 정도로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와 손잡고 만드는 이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는다. 설 대표는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를 와일드혼에게 주고 영감을 얻도록 했다. 시시때때로 그를 찾아가 ‘괴롭히면서’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설 대표는 “와일드혼과는 애증관계”라며 웃었다.
이번 공연이 7월 말로 끝나면 당분간 국내 배우들이 공연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달 영국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즈’가 설 대표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반응이 무척 좋아요. 예정에 없던 브로드웨이 공연도 결정됐습니다. 2011년 호주에서 공연할 예정인데 거기 공동 제작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마 한국에는 2013년 정도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