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공수병
입력 2010-04-18 17:48
최근 도심 속 하천과 공원 등지에 야생너구리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서울 양재천 일대에는 속칭 광견병으로 불리는 공수병(恐水病) 백신을 넣은 미끼 예방약이 뿌려졌고, 북한산과 도봉산 일대에도 ‘백신 미끼’가 대량 살포되는 등 야생동물과의 접촉에 의한 공수병을 예방하기 위한 경계령도 발령돼 있다.
공수병에 걸린 개나 너구리에게 물리면 사람도 그 병에 걸리게 되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게 되는 봄철에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수병에 걸린 동물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물면 감염 동물의 침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 동물의 침이 상처가 생긴 부위나 눈, 코, 입의 점막에 닿는 경우에도 옮을 수 있다.
공수병은 남극 대륙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포유동물이 걸리는데 특히 여우, 너구리, 늑대, 오소리, 박쥐 등이 병원체 감염 매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꼽힌다. 집에서 키우는 개의 경우 대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공수병을 전파하는 동물로 밝혀진 것은 아직 개와 너구리뿐이다.
공수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말 그대로 물 공포증을 겪는데, 바이러스가 중추신경을 침범할 경우 음식을 삼키는 근육(연하근육)에 통증성 경련이 생기고, 이로 인해 물을 삼키는 행위를 두려워하게 된다.
발병 초기에는 불안감, 두통, 발열, 권태감, 물린 부위의 감각이상 등 증상이 생긴다. 중추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고 2∼6일 이내에 경련과 혼수상태 등에 이르며 숨을 쉬는 근육이 마비돼 무호흡증이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감염 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평균 3∼4일 만에 생명이 위태롭게 될 정도이다.
공수병은 사람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영국과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했다.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인도,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여행할 때는 위험 동물과의 접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물과 접촉이 예상될 때는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감염을 막는 한 방법이다. 국내 병원에서 정해진 절차를 거치면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백신을 구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야생동물을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는 공수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수병은 매개 역할을 하는 야생 동물에게 물렸을 때 전파된다. 따라서 야생 동물한테 물리면 즉시 비누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소독하는 등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