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권복규 교수… “유전자 연구, 창조 섭리 위협할수도”

입력 2010-04-16 19:13


결혼 상대자 가족이 암 발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정보를 병원에서 빼내 알려 주는 결혼정보회사, 태아의 유전질환 발병 가능성만으로 낙태를 결정하는 부모, 제약회사와 보험회사의 상술에 이용되는 내 유전정보…. 이런 위험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유전자 관련 연구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달부터 격주로 열어오고 있는 ‘기독교 신앙과 생명윤리 세미나’ 중 15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 번째 시간에서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권복규(사진) 교수는 유전자 연구가 신의 창조섭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권 교수는 우선 우리 주위에서 이미 행해지고 있는 유전자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임신부가 태아의 유전자 질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하는 산전 유전자 진단, 병원 종합검진 때 암 발병 가능성 등을 알아본다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 등이다. 범죄 수사 등에서 개인 신원 식별을 위해 DNA를 분석하는 유전자 감식도 이에 해당된다.

2005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로 유전자 검사가 오·남용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긴 했지만 사회 전반에 유전자에 관한 인권 의식이 퍼지지 않는 이상 위험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권 교수는 경고했다. 일례로 선천성 유전자 질환을 가진 부모들이 임신을 앞두고 배아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은 합법인데, 법이 검사를 허용하는 유전자 질환의 수를 늘려달라는 부모들의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건강한 아이를 낳겠다는 부모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자칫 유전자 검사를 통해 ‘완전한 아이’를 낳겠다는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위암 폐암 등 암 발병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는 병의 예방을 위해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결혼과 취업 등에서 차별받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권 교수는 “휴대전화나 이메일 정보 등과 달리 유전자 정보는 바꿀 수 없는 고유한 것인데도 그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또 우수 품종을 많이 수확하겠다는 의도로 생물체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얻는 유전자조작(GMO) 식품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인체 유해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안전하다는 검증도 이뤄진 바 없다”면서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대형 기업과 국가들이 생물 종자에 대해 앞다퉈 특허를 내는 상황 역시 가난한 농민에게 종자 구입비용까지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미 사회 전반에 퍼진, ‘생명체의 소유권이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다’는 오만을 기독교인들이 지적하고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