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우영아빠, 애기 잘 키울게” 유가족들 만지며 마지막 인사

입력 2010-04-16 21:28

천안함 침몰 희생자 박석원 중사의 아버지 병규(54)씨는 16일 “고맙게도 돌아왔다. 아들은 원래 효자였다”고 울먹였다. 박 중사의 시신은 15일 발견된 희생자 36명 중 12번째로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귀환했다. 병규씨는 “아직 여덟 사람이나 못 돌아왔다는데, 난 인사를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이날 2함대사령부 의무대 임시안치소에는 천안함 침몰 희생자 38명이 잠들어 있다. 15일 새로 발견된 36명이 미리 누워 있던 고 남기훈·김태석 상사 옆에 자리를 잡았다. 20일간의 간절한 기다림이 물거품으로 변했지만 유족들은 애써 슬픔을 딛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선호 상병의 아버지 정중씨는 아들의 시신을 덮은 태극기 위에 천천히 허리를 굽혀 얼굴을 비볐다. 김 상병의 어머니와 누나도 “사랑해”라며 시신에 입을 맞췄다. 최정환 중사의 부인은 최 중사의 시신이 안치소로 들어갈 때 “우영 아빠, 우영이 잘 키울게. 우리 아기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약속했다. 김경수 중사의 가족은 “하늘나라에 가서 잘 있어”라는 말로 김 중사를 보냈다.

유족들은 의무대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의 몸을 확인하고 크게 슬퍼했다. 검안을 지켜본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머리에만 상처가 있을 뿐 다른 곳은 깨끗했다”며 “뇌진탕이나 익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유족은 “머리 뒤에 송곳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났고 종아리가 찢어졌지만 비교적 양호했다”고 말했다. 이상희 병장의 아버지는 “팔다리는 깨끗한데 머리를 많이 다쳤다”며 슬퍼했다.

이용상 병장의 가족도 “다친 데도 없고 너무 깨끗하다. 부러진 데도 없고 운동하던 장갑도 끼고 있다”며 마지막 모습을 기억했다. 이 병장 가족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데 시계가 계속 가고 있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김경수 중사의 시신이 문영욱 하사로 잘못 판정되는가 하면 강준 중사의 시신은 유족의 입회도 없이 검안되기도 했다. 이정국(39)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시신을 살피던 독도함 군의관이 ‘고기에서 떨어진 국물 다 닦아’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언제부터 실종자들이 고깃덩어리가 됐느냐”며 격분했다. 해군은 “해당 군의관을 즉시 소환했으며, 발언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한 뒤 엄정한 처벌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천안함 침몰 사고로 아들을 잃은 장병일(47) 경위에게 성금을 모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경위는 천안함 함미 기관부 침실에서 발견된 장철희 이병의 아버지다. 채수창 강북서장은 “동료인 우리가 먼저 도와줘야 마땅하다”며 “우리가 모금을 시작하면 참여하는 손길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택=강창욱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