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신중하던 美, 적극대응 선회… 北 소행 물증 잡았나
입력 2010-04-16 18:35
미국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북한의 공격설을 뒷받침하는 첩보들을 확보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짐에 따라, 북한 관련성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미국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 공격과 관련한 일부 첩보들을 입수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미국이 입수한 정확한 첩보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천안함 선미 인양 이후 미국에서 6자회담 회의론이 나오는 상황도 주목된다. 미국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됐다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가 “현 시점에서 우리는 천안함의 외부로부터 특별한 소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역내에서의 북한 행위가 6자회담 재개 환경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발언도 주목된다. 김 장관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국가안보차원의 중대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안보차원의 중대한 사태라는 정의 자체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북한 공격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면서 “한·미 간 정보공유는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침몰 원인은 합동조사단의 정밀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천안함과 6자회담 연계 발언이 계속 나오는 배경과 관련, “한국에서 천안함 침몰사고가 터졌고, 사고 원인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발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 미국 측과 서해안 지역의 위성사진 및 감청자료 등의 정보를 공유해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과 언론이 천안함 사태를 일반적인 대형사고로 다루는 것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1200t급 대형 군 초계함이 외부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안보 사태라는 의미이지, 북한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개입됐을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