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공급 빅3 “값 인상” 압박 VS 세계철강협회 “독점 조사” 맞불
입력 2010-04-16 18:25
세계 철강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경기회복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철광석 등 원료 사용량이 늘자 브라질 발레, 호주 리오틴토 및 BHP빌리턴 등 3대 메이저 원료 공급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세계철강협회(WSA)는 각국 정부에 이들 ‘빅 3’의 철광석 시장 독점문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철강업계는 빅 3에 대한 공동대응 및 원료자급률 제고를 적극 추진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빅 3 원료 공급업체들이 올해 주요 철강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철광석 및 유연탄 도입가격을 지난해 대비 각각 90%, 55%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빅 3는 또 기존 1년 단위 장기계약을 분기 단위로 바꿀 것도 주문하고 있다.
원료를 구매하겠다는 철강업체들은 넘쳐나는 데 비해 공급량은 제한적이고 특히 발레 등 빅 3는 세계 공급량의 62% 이상을 차지하며 공급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2, 3위 공급업체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이 철광석 생산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신닛데츠, JFE스틸 등 먼저 가격 협상에 나선 일본 업체들은 빅 3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한·일 정부 및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도쿄에서 제11차 한·일 민관 철강협의회를 개최했다. 유럽철강산업기구와 중국 및 한국철강협회가 빅 3의 새 가격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측의 공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일본, 유럽, 한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8억7500만t으로 전 세계 수입량(9억3200만t)의 90%를 훨씬 넘는다.
이날 양국은 빅 3의 요구에 우려를 표명하고,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의 합작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독점적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주요 철강생산국 간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양국은 “급격한 원료가격 상승은 세계 철강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플랜트, 가전 등 전방산업의 원가 인상을 초래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또한 빅 3의 독주에 대항하기 위해 원료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현재 20% 수준인 원료자급률을 2014년 50%까지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철광석 매장량이 24억t인 호주 로이힐 광산 지분을 올해 15%까지 늘리고, 인도 오리사주 광산 탐사권도 확보키로 했다. 최근 일관제철소 고로 1호기 가동을 시작한 현대제철도 장기적으로 광산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 미탈의 경우 원료자급률이 70%에 달해 빅 3와 대등한 협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많은 철강업체들이 이렇게 노력한다면 수요와 공급 밸런스가 맞아 구매파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강협회는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의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 이들의 판매법인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양사가 생산조절 등으로 큰 폭의 가격인상 사태를 유발시킬 개연성이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정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