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북한 연루설에 정치권 공방

입력 2010-04-16 20:31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해 북한 연루설이 흘러나오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해지고 있다. 진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6·2 지방선거와 향후 정국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여당은 16일 북한에 대한 응징 요구와 함께 과거 정권의 대북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신북풍 아니냐”며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사고 초반과 달리 공수가 180도로 뒤바뀐 양상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 등을 만나 “(천안함 사고가) 정말 명백하게 북한의 공격이라면 남북관계, 동북아 평화,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며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KAL기 폭파사고, 아웅산 테러 등을 언급하며 “당시 한국이 어떤 군사적 조치도 취하지 못했는데 현재 많은 사람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으로 밝혀지면 (정부가) 군사적 조치를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자와 간사장은 “만약 사고 원인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그런 부당한 행동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작심하고 민주당을 걸고 들어갔다. 나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그동안 정부의 음모 운운하며 북한 개입을 차단해온 점은 명백한 이적행위로 정세균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 지난 정권 10년 동안 4조원을 북한에 퍼준 것이 어뢰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만일 북한 개입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해야 한다”며 ‘원조 보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북방한계선(NLL)을 위협하는 북 함정을 즉각 침몰시키고 북 선박의 영해 통행 차단, 개성공단 사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4·19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저는 이 참혹한 사태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소행이라고 단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인규명 없이 결론을 몰아가지 말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부 무능론’으로 맞대응했다. 정세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어떻게 2010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재발되지 않도록 좀더 유능하게 국가와 군을 운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원인규명과 관련해 예단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래 원내대표 역시 “어뢰라고 한다면 발사체가 과연 어느 나라 것인지가 핵심일테니 국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원인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보수표가 결집하는 것은 물론 정권심판론도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며 “특히 향후 원인규명 추이에 따라 중도표가 여야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