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거룩한 불만족
입력 2010-04-16 17:46
미국 윌로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거룩한 불만족’(Holy discontent)이란 말을 보편적인 언어로 만들었다. 2005년 윌로크릭 리더십 서밋 10주년 대회에서 그는 거룩한 불만족에 대해 설교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목회자인 이 대회에서 하이벨스 목사는 감동적인 설교를 했다.
“여러분은 ‘거룩한 불만족’을 지니고 있습니까. 거룩한 불만족으로 인해 마음이 무너진 목사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 세상은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입니다. 죽음과 테러, 에이즈, 가난, 무너지는 가정, 흔들리는 사회 등 어려운 세상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교회에 묻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답변해야 합니다. ‘이렇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절대로 그냥 끝나지는 않습니다’라고요. 교회는, 목회자는, 크리스천들은, 세상을 보며 거룩한 불만족을 가져야 합니다.”
하이벨스 목사 이전에 ‘다윗의 장막’의 저자인 토미 테니 목사도 거룩한 불만족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같은 의미다. 하이벨스 목사가 이 말을 쓰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 목회자들이 거룩한 불만족을 주제로 설교했다. 최근 국민일보 수요 채플에서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도 거룩한 불만족을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2005년 윌로크릭 리더십 서밋에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거룩한 불만족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하이벨스 목사는 한 인간이 비전을 갖기 전에 선재하는 것이 바로 거룩한 불만족이라고 말했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불만족으로 끝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겐 ‘거룩한 불만족’이 될 때에 비전 혹은 사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거룩한 불만족’을 느낄 일이 수없이 많다. 이번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거룩한 불만족’을 뛰어넘어 ‘거룩한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이 땅을 떠난 희생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거룩한 불만족을 느껴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거룩한 불만족’을 느끼며 조국에 대한 사명과 비전을 새롭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최대의 예우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