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중 더 커진 기업의 非가격경쟁력
입력 2010-04-16 17:46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아래쪽을 넘보고 있다. 지난주부터 급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어제 1110.3원으로 마감,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1000원선 아래로 언제 내려갈지는 확실치 않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배경으론 국내 경제의 빠른 회복세, 달러 약세,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이 꼽힌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늘고 이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시적인 오르내림은 있지만 달러 약세 기조가 계속되는 것도 환율 하락을 부추긴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덩달아 원화 가치 절상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시 달러 약세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된다.
또 한 가지 복병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급등이다. 세계 경제가 미미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탔다.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원자재가격은 1년 전보다 70% 이상 올랐다. 대한상의가 전국 5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 세 곳 중 하나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다고 응답했다. 환율 하락은 원자재를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이점도 있으나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율 하락세나 원자재가격 급등세에 대한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높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본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어느 정도 대처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환율 급락을 막는 정도의 최소한의 개입은 가능할지라도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 기업들 스스로 원가 절감, 품질 향상 등 비가격경쟁력을 키우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