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 한강감리교회 김순영 목사 “내집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것이 가정교회 모습이죠”
입력 2010-04-16 17:27
교회라기보다는 아담한 가정집 같다. 교회 건물에선 웅장함보다는 소박한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넓지 않은 정원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목련과 개나리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교회 1층 로비엔 올망졸망한 탁자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2동 한강감리교회가 여느 교회와 달라보였던 것은 교회 구석구석 닿아 있는 여성의 손길 때문이다. 편안한 한복을 좋아해 평소에도 입는다는 김순영(59) 목사. 그녀는 이 교회를 ‘하우스 처치’(가정교회)라고 소개했다. “초대교회가 원래 하우스 처치였어요. 브리스길라, 에바브라 등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교회는 가정집처럼 편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목사는 교회 외형부터 예배 준비까지 성도들의 은혜와 쉼에 목회의 최우선을 둬왔다. 이것은 34년째 맡고 있는 한강감리교회의 변하지 않는 목회 방침이기도 하다. 천지창조 후 일곱째 날이 하나님께 쉼의 시간이었던 것처럼 하나님을 만나러 나오는 예배의 자리는 성도들에게 그 무엇보다 쉼으로 충만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교회의 주일 풍경도 ‘시끌벅적’과는 거리가 멀다. 주일예배는 11시 한 번밖에 없다. 예배 후엔 다같이 식사를 한 뒤 오후엔 부서별로 자체 활동을 한다. 수요예배도 없다. IMF 환란 때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됐다. 대신 수요예배를 드리기 원하는 성도들에겐 근처의 다른 교회를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교회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교회 성장에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성도들이 많아지면 감사하고 힘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한 번 와서 예배를 드려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그게 가장 기쁜 일 아니겠어요.”
그녀는 성서를 볼 때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하나님을 이해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늘날 가부장적 성서 해석을 낳았다는 게 김 목사의 진단이다. 자신의 신학과 목회는 이러한 왜곡된 성서 해석을 바로잡기 위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여신학자협의회 등의 활동을 통해 여성·장애·환경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도 앞장서 왔다. 이 땅에 하나님의 의와 나라가 실현되게 하는 게 올바른 신앙이고, 사회적 공의를 위해 문제 제기해야 할 것을 눈감는다면 올바른 신앙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회 문제라 할지라도 반드시 하나님의 지시를 받고 따른다고 한다. “아무리 리버럴한 문제라도 기도하면서 다루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설명이다.
현재 감리교 지방회 회장격인 감리사를 맡고 있는 그녀는 “남성 목사들이 인식을 많이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게 많다”고 지적한다. 일례를 들었다. 최근 감리교 지방회에서 목사들에게 선물을 줬다. 그런데 넥타이 핀이었다. 지난번 선물은 남성용 벨트였다. 김 목사는 “단체나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늘 문제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 목사들의 획일적인 회의 문화에 대해 김 목사는 “남성들은 위계질서 때문인지 이의 제기하는 것을 큰 잘못 저지르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여성 목사로서 이게 제일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여성 목사들이 목회 현장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김 목사는 돌봄 목회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여성 목사는 섬세함과 분석력, 포용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청소년 쉼터, 공부방, 장애인, 매매춘 여성을 대상으로 사역한다면 아주 효과적일 거라고 봐요.” 이미 노숙인 사역, 지역 환경개선 사역을 해오고 있는 한강감리교회는 올해 새로운 쉼터 사역을 시작한다.
고양=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