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그 시절, 눈물과 한숨의 ‘순이’를 아십니까

입력 2010-04-16 17:35

‘오라이! 출발’ 탕탕

이게 무슨 소리일까. 버스 차장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온몸으로 마지막 탄 손님을 버스 안으로 밀어넣은 뒤 올라 탄 차장이 기사에게 보내는 신호다. 오래 전에 사라진 차장, 식모 등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여성가족부가 16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대방동 여성사전시관에서 펼치는 ‘서울로 간 순이’.

이번 전시회는 1960년대 도시화, 산업화 물결 속에서 농촌 소녀들이 도시 저임금 노동자 등으로 진입하면서 사회활동이 크게 늘었지만, 사무직 여성조차도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서약서를 쓰고 입사하던 때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유물 전시 코너에는 돈을 ‘삥땅했다(숨겼다)’는 누명을 쓴 채 남자 기사에게 몸수색을 가장한 성추행을 당했던 ‘순이(차장)’의 눈물이 묻었을 돈가방, 사람 아래 사람 있던 시절 온갖 구박을 받으며 일해야 했던 ‘순이(식모)의 한숨이 담겨 있을 장바구니 등이 전시돼 있다. 또 가족계획 관련포스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만한 전시물.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협박성 포스터는 덮어놓고 낳기만 하라고 권유하는 요즘의 정부 모습과 겹쳐져 씁쓸한 여운을 남길 듯하다.

60년대에 생산된 유물 TV를 통해 당시의 상업문화, 소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1963년 라면이 탄생했고 냉장고 (65년) TV(66년) 에어컨(68년) 세탁기(69년) 가스레인지(69년) 등 가전제품도 60년대 첫선을 보였다. 그전까지 이런 것들 없이 잘 살았다는 얘기다. 가요와 영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는 10대들도 재미있게 볼만한 코너. ‘서울의 아가씨’‘서울 여대생’ ‘서울의 버스여차장’ 등 당시 유행했던 가요도 들을 수 있다. 화장품 판매사원, 식모, 여성농민 등 그 당시 일하던 여성들의 구술사 코너는 당시 이 직업에 종사했던 이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해 들려 준다.

‘서울로 간 순이’에게 편지 써보기, ‘순이’의 서울길 길목마다 전시내용 담은 스탬프 찍기 등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15일 오픈 행사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김교식 차관은 “이번 전시회가 사라져가는 여성의 삶을 담은 자료를 적극 발굴하고 재해석하여 여성으로서의 자긍심과 우리사회의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