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추억하는 모녀 이야기 영화(친정엄마)-연극(애자) ‘한마당’

입력 2010-04-16 17:58


엄마와 딸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스크린과 무대에 올려진다. 영화 ‘친정엄마’와 연극 ‘애자’다. 공교롭게 두 작품은 각각 연극과 영화로 먼저 선보인 적이 있어서 다른 플래폼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친정엄마’는 고혜정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해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제작돼 13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엄마 역할이 너무나 익숙하고 잘 어울리는 김해숙이나 5㎏을 감량하며 한 아이의 엄마이자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진희의 연기가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시골에 사는 지숙(박진희)은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하고 예쁜 아이다. 엄마(김해숙)는 그런 지숙이 대견하면서도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게 마냥 미안하기만 하다. 결혼 하고나서까지 사사건건 참견하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던 지숙은 어느 날 친정에 내려가 엄마와 달콤한 2박3일을 보낸다. 하지만 엄마는 지숙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설정부터 에피소드까지 ‘친정엄마’는 엄마와 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영화는 뻔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내지는 못하는 편이다. “엄마 때문에 못살아”라고 수시로 외치는 딸과 “나는 너 때문에 사는데”라는 받아치는 엄마의 대화는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성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엄마를 추억하고 눈물짓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만듦새를 보여주지만 이를 제외하면 다른 관객층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개봉해 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은 영화 ‘애자’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애자’는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을 웃겼다 울렸다하는 솜씨를 보여줬다. 엄마와 딸이 싸울 때는 원수처럼 싸웠고 사랑할 때는 친구처럼 살가웠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관객은 감정이입이 돼 함께 눈물을 흘렸다.

30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애자’가 영화처럼 관객의 감정을 잘 짚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작사인 극단 인아 측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면서 연극만의 함축된 언어와 절제된 대화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라면서 “막간극을 활용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연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최강희와 김영애가 연기한 인물은 각각 소유진과 금보라가 맡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6월 2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02-747-2151).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