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적 탄력성이 국가신용등급 올렸다

입력 2010-04-15 19:04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4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1로 올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등급 인상은 한 단계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다. A1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의 신용등급인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직후 여섯 단계나 낮은 Ba1로 추락했다가 1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등급 인상으로 2008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건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이 다시 한번 내외에 확인됐다.

무디스는 “한국은 글로벌 위기에서 예외적인 경제적 탄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아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섰다는 뜻이다. 2008년 4분기에 -5%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09년 1분기엔 플러스로 돌아섰을 정도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무디스가 등급 상향 조정과 관련해 천안함 사태, 북핵 문제 등 이른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 구축과 한반도 안정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을 적극 활용해 온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평가된 셈이다.

무디스의 등급 인상은 S&P, 피치 등 다른 국제신용평가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A1은 투자등급 최고 단계인 Aaa보다 4단계나 밑이다.

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가속될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는 물론 투자 확대를 유도해 경제 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