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관 선발방식 확 바꿔야

입력 2010-04-15 19:03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최근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가 협의해 외교관 선발 개혁방안을 보고했는데 이 대통령이 퇴짜를 놨다고 한다. 개혁안이 아닌 타협안에 불과하다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보고한 개혁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외무고시를 행정고시와 통합하고 그 안에 외무직을 두는 방안과, 외시를 그대로 두되 절반만 뽑고 절반은 외교관 양성기관인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충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근본적 개혁이 없는 어정쩡한 절충안”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외무고시 순혈주의를 없애고 외교관 선발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틈만 나면 강조해 왔다. 백번 지당한 이야기다. 외시에 합격해야 외교관이 되는 기존 방식은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선발 경로가 다양해야 좋은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 아프리카 외교관은 그쪽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진 사람이 해야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가기 전 경유지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외교부도 모르지 않을 텐데 대통령 뜻을 애써 외면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외시를 합격한 자칭 엘리트 관료들이 이 나라 저 나라 급지를 바꿔가며 평생을 외교관으로 지내는 기존의 틀은 과감히 깨야 한다.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치 로또를 꿈꾸는 것처럼 시험에 매달리고, 합격하면 평생을 보장받는 현행 고시제도가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성찰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