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인양 이후 해야 할 일
입력 2010-04-15 19:13
국민 모두에게 참담함을 안겨 준 천안함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침몰 20일 만인 어제 함미가 인양됨에 따라 원인 규명과 희생자 수습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외국 전문가까지 포함된 민·군 합동조사단은 함미가 탑재된 바지선에서 정밀 촬영을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함미 내에서 발견된 승조원 시신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경기 평택의 제2함대 사령부 임시안치소로 속속 옮겨졌다.
인양된 함미는 처참했다. 그물망 사이로 공개된 함미의 절단면은 강력한 충격을 받은 듯 휴지조각처럼 너덜너덜했다. 이를 근거로 어뢰 공격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으나 예단은 금물이다. 정확한 원인은 함수를 마저 인양해 분석해야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도리다.
군은 첨단 장비를 갖춘 청해진함과 무인탐사정인 해미래호를 동원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단서가 될 만한 파편을 찾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펼 예정이다. 함수가 인양된 뒤에는 쌍끌이 저인망 어선을 활용해 바다 바닥을 훑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군은 천안함 선체를 두 동강 내고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물’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군을 믿고 억측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와 군은 단순히 ‘괴물’의 정체를 밝혀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괴물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분명한 증거와 과학적 조사로써 입증해 내야 한다. 괴물과 그 배후가 드러나면 이명박 대통령이 수 차례 언급한 대로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입대 후 첫 휴가를 나가 얼마 되지 않는 수병 급여 통장을 어머니에게 건네며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지 말고 드시라”고 했던 막내아들 이상민 병장의 사연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23개월 동안 쌓인 이 병장의 급여 200여만원을 한푼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병장과 같이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은 저마다 애틋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성금 행렬에 동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신선준 중사, 서대호, 방일민 이상준 하사, 안동엽 상병 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해군으로 복무하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앞에 돌아온 천안함 승조원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예우에 빈틈을 보여선 결코 안 된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수를 인양한 뒤에도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의 경우 산화한 것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피폭 충격으로 유실된 실종자 수색을 고집할 경우 추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인지상정까지 접은 것이다. 이들은 앞서 한주호 준위의 순직 이후 위험한 구조작업을 군에 요구하지 않았고, 실종자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속이 느린 곳으로 함미를 이동하는 데 동의하는 등 고비 때마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