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전문가 분석 “버블제트 어뢰가 선체 바로 밑에서 폭발 가능성”

입력 2010-04-15 22:19


서해 백령도 해역에서 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는 침몰 원인이 외부충격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함미의 절단면은 철판이 위쪽으로 날카롭게 솟구쳐 있었으며 좌현이 우현보다 조금 더 길게 남아 있었다. 군사 및 선박 전문가들은 취재진이 273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을 토대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당초 예상대로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이들은 우선 암초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배제했다. 스크루 부분에서부터 절단면까지 암초에 긁힌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스크루나 스크루 뒷부분에 있는 깃대 2개가 온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탄약고 부분이 남아 있는 것도 내부폭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선체 하단에서 발생한 충격에 의한 것인지, 측면에서 직접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 진교중 前 해군 해난구조대 부대장

해군 해난구조대(SSU) 부대장을 지낸 진교중 예비역 대령은 “함미 선체의 외부 철판부분이 밖에서 안으로 휘어져 있어 일단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 예비역 대령은 “함미의 절단면이 아래에서 충격을 받아 위로 솟구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선체 아래 절단면과 이어지는 부분이 안으로 들어가 있어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봐서는 선체 하부에서 발생한 폭발이 결정적인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체 내부의 충격도를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현재 공개된 정도만 보면 TNT 220㎏ 정도의 중어뢰가 선체하단에서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어뢰보다는 충격도가 낮은 기뢰에 의한 폭발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외형만으로는 개량된 기뢰로도 동일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침몰지점 수심이 45m인 점을 감안하면 계류 기뢰나 해저 기뢰일 확률은 낮다”면서 “최근 개량형 기뢰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형기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배동명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배동명 부경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선체하단에서 발생한 강력한 충격으로 인한 침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구체적인 무기체계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절단면의 형태나 충격도를 보면 버블제트에 의한 3중 충격으로 선체가 두 동강 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 역시 절단면의 충격이 아래에서 위쪽으로 향해 있고 절단면에 있는 기관조정실 천장이 밀려올라간 모습은 좌우측의 충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아래쪽에서 강한 에너지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우측 공격이라면 선체 철판의 날카롭게 찢어진 면이 위쪽뿐만 아니라 수평으로도 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위쪽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절단면 이외의 선체 다른 부분이 비교적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선체 중앙 하단부분에서 발생한 간접적인 충격을 받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뢰에 의한 충격인지, 어뢰에 의한 충격인지는 분명하게 가릴 수 없다고 했다.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로 예측했다. 신 대표는 절단면이 위로만 솟구쳐 있는 것은 내부폭발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폭발이라면 절단면 하단의 외부 철판은 아래쪽을 향해야 하는데 일관되게 위로 솟구쳐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선체하단에서 발생한 충격이 결정적인 원인일 수 있지만 측면에서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어뢰가 왼쪽 전방에서 오른쪽 후방으로 진행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선체 오른쪽은 30m가 남고 왼쪽은 36m가 남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즉, 어뢰가 강타한 면은 통상 관통되는 반대편보다는 충격을 적게 받기 때문에 타격 받은 반대편이 더 많이 손상된다고 밝혔다.

또 침몰 당시 함미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측면 충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직접 충격을 받아 깨진 부분에 한꺼번에 물이 스며들면서 무거워져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